‘신설국’은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아닌 성인 등급(18세 이상 관람 가) 영화도 상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의 첫 수혜작.
또 하나. 국내에서 탤런트로 활약 중인 유민(일본명 후에키 유코)이 주연으로 출연한 2001년 작품으로 인터넷사이트에는 정사(情事)장면만을 모은 동영상이 공개돼 포르노 논쟁을 일으켰다. 유민은 이 작품과 관련된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포르노 논쟁이 무의미할 만큼 평범한 영화다. 몇 차례 정사 장면이 등장하지만 노출 수위나 묘사는 국내 ‘18세 이상 관람 가’ 등급 수준이다.
영화는 애인을 잃은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젊은 게이샤(藝者:일본식 기생) 모에코(유민)와 사업에 실패한 중년 남성 시바노(오쿠다 에이지)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렸다. 시바노는 자신의 전 재산인 200만 엔을 모에코에게 맡기며 돈이 떨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남자 친구를 잃은 상처를 갖고 있는 모에코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시바노 곁을 지킨다.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이, 유민이 아니라 건조한 표정으로 삶의 종점에 이른 중년 남성을 연기한 오쿠다 에이지의 영화라는 점이다. 눈부신 설경(雪景)과 무심한 시바노의 눈길이 만날 때 영화는 그나마 볼 만한 작품이 된다.
원작은 나오키상 수상작가 사사쿠라 아키라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雪國)’을 리메이크한 ‘신설국’.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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