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TV 다이어트 ‘비포모델’ 표은진씨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6분


인터넷에 팬카페까지 있는 모델 표은진씨는 “건강을 위해 몸무게를 70kg 정도로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기기자
인터넷에 팬카페까지 있는 모델 표은진씨는 “건강을 위해 몸무게를 70kg 정도로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기기자
‘몸짱’ ‘얼짱’의 시대에 표은진(表恩珍·28)씨는 독특한 모델이다. 그의 직업은 홈쇼핑 TV 프로그램에서 상품 사용 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을 ‘비포(before) 모델’이라고 부른다.

키 163cm, 몸무게 85kg의 신체 조건을 가진 그는 다이어트 또는 건강보조용 제품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한다.

최근 변비 해소용 알로에 제품을 선보일 때 그는 변기 위에 앉아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주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와 함께 출연한 ‘애프터(after·변신 후) 모델’은 옆에서 날씬한 몸매로 열심히 훌라후프를 돌렸다.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고요. 웬걸요. ‘리얼하다’ ‘처절하다’는 반응이 제게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비포 모델도 전문직업인인 만큼 자신이 홍보하는 상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원칙이다. 한 시간 출연을 위해 평균 4∼5시간의 연기 연습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비포 모델은 10명 안팎. 다이어트 제품 이외에 대머리 치료제, 여드름 주근깨 치료제, 제모제 등이 주로 비포 모델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엔 ‘비포 모델도 모델이냐’는 편견 때문에 서글픈 적이 많았습니다. 대기실에 앉아 있어도 인사를 건네는 모델이 한 명도 없었고, PD들도 애프터 모델에게는 장면 연출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면서 저한테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죠.”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뚱뚱녀 전문모델’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날씬녀’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 축구 선수 등으로 활약하며 52∼53kg를 유지하던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5년 전 결혼하면서부터 몸무게가 갑자기 불어났고, 3년 전 모델 일을 하는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모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포 모델이 결국 ‘몸짱 신드롬’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TV 화면을 통해 나의 모습을 당당하게 내보인다”면서 “그게 바로 몸짱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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