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앙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소영(李韶榮·24·여)씨는 23일부터 자진해서 서울대공원의 콘크리트 회색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꾸미고 있다.
그는 요즘 침팬지 오랑우탄 원숭이 등이 모여 있는 유인원관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씨가 서울대공원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에 처음 나선 것은 2002년 겨울. 동물들이 삭막한 내실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동안 선배와 함께 벽화 그리기에 나섰다.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너무 열악하더군요. 그들에게 그림으로나마 위안을 주자는 생각으로 붓을 들었죠.”
그는 추위를 견디며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장 벽에 광활한 자연의 풍경을 그려 넣었다. ‘벽화가 멋있다’고 칭찬하는 관람객의 얘기를 들을 때면 진한 보람도 느낀다. 두 번째로 참여한 이번 벽화 그리기 작업은 이씨 혼자 도맡고 있다. 서울대공원에서 계획 중인 생태동물원의 벽화 그리기 작업에도 참가할 예정.
캔버스 대신 넓은 벽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씨. 그는 미술학도다운 욕심도 갖고 있다.
“서양화와 예술기획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기회만 된다면 동물원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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