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 잊혀진 청춘의 꿈 일깨워

  • 입력 2004년 2월 25일 19시 15분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내게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특별한 경험과 기억이 담겨있는 ‘고유명사’다. 주류 상업영화에서 비켜서 있는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이 직접 콘서트에 나섰고, 조기 종영이 안타까워 극장을 임대해 상영했던 모험, 그리고 관객들의 지지와 성원 등….

최근 서울 정동의 팝콘하우스에서 본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연은 그런 기억을 다시 일깨워줬다.

기본 줄거리는 영화 속의 드라마를 상당부분 재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본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된 탓도 있겠지만, 원작인 영화의 플롯이 그만큼 튼튼하고 진솔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재미있는 변화는 등장인물들의 고교시절 밴드인 ‘충고보이스’ 멤버를 그대로 성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존속시킨 것, 또 영화에 익명으로 등장했던 여주인공 ‘인희’의 밴드를 ‘버진블레이드’라는 여고생 밴드로 구체화하고 캐릭터를 부여해 그들의 성장 후 모습까지 끌고 간 것 등이다. 이러한 인물 및 플롯의 재창작은 작품의 주제인 삶의 진솔성과 다양성을 존속시키는 가운데 이뤄져 이번 작업의 소중한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성우 역의 윤영석, 그리고 인희 역을 맡은 김선영을 포함해 ‘충고보이스’와 ‘버진블레이드’의 멤버를 맡은 배우들은 꿈 많은 학창시절과 성인이 된 현재를 오가며 춤과 노래, 연기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무대에서 이 6명의 배우가 펼치는 개인기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큰 즐거움이다. 잊혀진 청춘의 꿈과 향수를 음악과 춤, 진솔한 스토리를 통해 일깨운 이 공연은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3월 14일까지. 02-3141-1345

이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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