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뷰티]금 조각가 우소 교수 이메일 인터뷰

  • 입력 2004년 2월 26일 16시 33분


6000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한 금은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했다. 그리스의 시인 핀다르는 “금은 제우스의 자식이다. 이끼와 녹도 금을 삼켜버릴 수 없다”고 노래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금을 만드는 것을 최고의 꿈으로 삼았다.

금은 부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태양신을 숭배한 이집트인들은 황금으로 가면을 만들어 젊은 왕 투탕카멘의 죽은 얼굴을 감쌌다. 신라는 왕과 왕비들의 화려한 금관과 금 장신구들을 남겼다.

부드럽고 유연한 본성으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나 19세기 러시아의 금세공가 파베르제의 작품 속에서 사랑을 받던 금은 이제 재산적 가치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와 같은 마력은 어디로 갔을까.

27일부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1층 로비에서 금 장신구 전시회를 갖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 미술학부 레너드 우소(Leonard Urso·사진) 교수가 그 해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그는 24K 또는 22K 순금판을 작은 망치로 두들겨 형태를 만드는 돋을새김 기법(리푸세·repouss´e와 체이싱·chasing)으로 제작한 브로치, 반지, 팔찌, 귀고리 등 9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몸 또는 신체의 각 부분을 형상화했다. 질감이 실감나게 살아있는 손 모양이나 아름다운 여체를 표현한 브로치, 고대 이집트 미라의 얼굴을 떠낸 듯한 마스크 모양의 펜던트 등은 박물관에서 막 꺼내온 유물 같은 고전미와 장신구로서의 현대적 감각을 함께 담고 있다.

위크엔드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우소 교수는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인간의 형상을 표현한다. 금이 지닌 눈부신 색상과 순응하는 속성은 자연과 인체 모두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성이다”고 말했다.

그는 금이야말로 장신구의 질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매우 관능적인 재료라고 본다.

“금은 매우 고전적인 장신구의 재료다. 금의 실제적 가치와 이국적인 특성은 인류 역사를 통해 장신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재료로 인정받았다.”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어 자연의 본성을 드러내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철이 함유되지 않은 순수함과 정결함이 고결한 가치를 드러내기 때문에 그것을 착용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남성에게는 고귀하면서도 매우 세련된 매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금 장신구가 그것을 착용한 사람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그들에게 강력한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 신비로운 힘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전명옥 큐레이터는 “그의 작품은 매우 동양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며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닌 금 장신구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5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우소 교수는 뉴팔츠 미대를 졸업한 뒤 한 은제 식기회사에서 디자이너와 은세공사로 일했다. 이후 구리 조각품과 금, 은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의 작품은 미국 바슈롬 본사, 코닥필름 본사, 뉴욕 타임스 본사 등에 전시돼 있기도 하며 한국 경남도립미술관 조각공원에도 전시된 바 있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열리며 다음달 2일에는 작가가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02-317-0226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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