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이라 하면 보통 도쿄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가 아니면 남, 북국의 이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화려한 관광지를 떠올린다. 그도 저도 아닌 동북지방은 한국인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어정쩡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천편일률적인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바로 연중 곳곳서 벌어지는 ‘마쓰리(축제)’의 향연이다.
일본에서 가장 사계절이 뚜렷한 동북지방은 추위나 폭설, 태풍과 호우에 시달리던 척박한 땅이었다. 또 전국시대에는 전쟁과 살육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 신에게 평화와 풍요를 기원하는 마쓰리 문화다.》
일본에서 가장 사계절이 뚜렷한 동북지방은 추위나 폭설, 태풍과 호우에 시달리던 척박한 땅이었다. 또 전국시대에는 전쟁과 살육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 신에게 평화와 풍요를 기원하는 마쓰리 문화다.
동북지방 마쓰리는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화려한 것부터, 수백명에 불과한 소박한 것까지 수백종에 이른다. 어느 주말이라도 어느 곳에선가 반드시 만날 수 있을 정도. 다채로운 자연과 온천, 리조트에 향토색 짙은 마쓰리로 볼거리까지 갖춘 동북지방은 이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겨울-봄
14, 15일 후쿠오카현 오주쿠에서 열린 눈 축제와 아이즈와카마쓰에서 열린 그림양초축제는 소박했지만 역사적인 배경과 어우러져 이 지역 풍습과 생활상을 잘 보여주었다.
오주쿠는 에도시대(1600∼1800년대) 역참 마을. 옛 모습 그대로의 전통가옥 50여채가 수백년째 토산품점과 식당을 겸한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은 이번 축제에서는 눈 조각 만들기 뿐 아니라 떡 던지기, 활쏘기 등의 전통행사로 과거 산골 역참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림양초축제가 열린 고성(古城) 쓰루가조는 과거 에도 막부시대 아이즈한의 영주가 살았던 곳. 메이지 유신에 끝까지 반대했던 ‘라스트 사무라이’들의 본거지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형형색색으로 꽂아놓은 그림양초들이 과거 스러져간 사무라이들을 위로하는 듯했다.
쓰루가조 근처에 있는 부케야시키는 과거 아이즈한의 가신, 사이고 요리모의 집을 복원한 것으로 에도시대 사무라이의 가옥 형태를 잘 보여준다. 얼마 전 이곳에서 인기그룹 SMAP의 멤버인 가토리 신고가 주인공을 맡은 사무라이 사극 ‘신센구미’를 촬영했다고 한다.
이곳에선 아픈 역사가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이즈한의 군대가 개화파 군대의 공격을 받아 성이 함락되기 전 10대 소년들로 이뤄진 백골대가 할복자살을 했다거나, 처녀들도 여자백골대를 만들어 싸우다가 장렬하게 죽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통춤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 17∼20일 열린 ‘엔부리 마쓰리’와 아키타현 오가시에서 13∼15일 열린 ‘나마하게 마쓰리’는 동북지방 겨울 풍습을 잘 보여주는 전통 행사다.
엔부리는 800년 전 농사일을 춤으로 가르친 데서 유래한 민속놀이로 수백명의 참가자가 새 모양의 화려한 모자를 쓰고 농기구를 흔들며 춤을 춘다. 또 나마하게는 무서운 탈에 지푸라기 옷을 입고 손에 칼을 든 도깨비가 신나게 춤을 추며 한 해의 재앙을 막고 축복을 불러들인다는 행사다.
야마가타현 자오에서 1, 2월 내내 열리는 ‘주효 마쓰리’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구경거리. 침엽수 위에 수분이 얼어붙고 그 위에 다시 눈이 겹겹이 쌓여 기둥을 이룬 것으로 ‘스노 몬스터’라고도 불린다. 해발 1800m 높이에, 온천을 갖추고 있는 자오 스키장에서는 주효 사이를 누비며 설원을 질주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이 밖에 봄이면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벚꽃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4, 5월 두 달 동안 화려한 벚꽃축제가 온 지역을 들뜨게 한다.
○ 여름-가을
동북지방 마쓰리는 사계절 내내 이어지지만 그중에서도 박력있고 역동적인 마쓰리는 주로 여름에 몰려있다. 가장 대표적인 마쓰리는 아오모리에서 8월 2∼7일 열리는 ‘네부타 마쓰리’. 일본 국가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불축제’다.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나 신화를 주제로 한 대형 인형 ‘네부타’를 어깨에 메고 춤추는 광경이 볼 만하다. 일본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3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또 후쿠시마의 ‘소마노마오이’ 역시 1000여년 역사를 가진 국가중요무형민속문화재. 7월 23∼25일 2개 시와 7개 마을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마쓰리에서는 성터에서 총대장의 출정식을 시작으로 600여기의 기마 무사가 전국시대의 한 장면을 펼쳐 보인다.
이 밖에 220개의 긴 막대에 1만개의 초롱을 벼이삭처럼 매달아 짊어지고 거리를 걸어다니며 풍작을 기원하는 ‘간토 마쓰리’(아키타·8월 4∼7일)나, 무희 1만명이 꽃무늬 밀짚모자를 쓰고 춤을 추어 ‘플라워 햇 댄스’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하나가사 마쓰리’(야마가타·8월 5∼7일)도 대표적인 여름 축제다.
또 8월 15일을 전후로 화려한 불꽃놀이 축제가 끊이지 않고, 가을이면 각 지역마다 열리는 단풍축제를 비롯해 전국 목각인형 마쓰리(미야기·9월 4, 5일)나 큰북 페스티벌(이와테·10월 17일), 연어 마쓰리(후쿠시마·10월 중순∼11월 중순) 등이 이어진다.
일본동북지방 주요 마쓰리 | |||||||||
후쿠시마=이영이 기자 yes202@donga.com
▼Tip! 먹을거리와 교통▼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계절별 향토요리가 무궁무진하다. 주로 내륙에서는 산나물이나 육류, 해안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또 지역마다 특산술인 지자케(地酒)나 지비루(地beer)를 내놓고 있어 다양한 일본주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아오모리현에서는 겨울 생선인 대구를 겨울 야채와 함께 된장에 넣어 끓인 잣파시루가 명물. 이와테현 모리오카는 냉면요리와 메밀국수가 유명하다. 특히 이 지역 메밀국수집에 가면 종업원이 계속해서 국수를 한입 크기로 담아내주는 완코소바가 재미있다. 미야기현 센다이는 얇게 썬 소 혀를 숯불에 구워 레몬즙과 소금에 찍어 먹는 소혀 요리의 발상지다. 야마가타현 요네자와는 메이지 시대부터 쇠고기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으로 스키야키나 샤부샤부 요리가 별미.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는 각종 야채와 버섯, 두부 등을 대나무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구워낸 뒤 된장을 발라 먹는 덴가쿠, 기타카타시는 담백하고 개운한 기타카타라멘으로 연중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동북지방은 최근 몇 년간 서울과의 직항노선이 늘어 교통이 편리해졌다. 서울에서 센다이로는 주 7회, 아오모리와 아키타, 후쿠시마 등 3개 도시로는 주 3회씩 직항편이 운항 중.
또 외국인 여행자가 일정기간 저렴한 가격으로 고속철도인 신칸센과 각종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JR이스트패스도 나왔다. 항공편으로 도쿄에 들어간 뒤 열차로 동북지방을 둘러봐도 좋다. 성인 기준 5일짜리가 2만엔(약 20만원), 10일짜리가 3만2000엔(약32만원).
최근 동북지방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여행사들도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각 지역 정보는 일본 국제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02-732-7525)나 비지트저팬캠페인 홍보사이트(www.vjc.jp), 북동북 지역 관광 사이트(www.northern-tohoku.gr.jp)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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