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평소 이미지와 완전히 결별했다. 낯선 이미지의 충돌로 거부감마저 들기도 한다. 이들은 사진작가 조선희씨(33·사진) 앞에서 솔직해졌다.
“카메라 앞에서 진솔해지는 게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남들은 이들이 ‘망가졌다’고 말하지만 다른 면을 보여준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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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최근 포토에세이집 ‘왜관 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에 배우 15명의 사진을 수록했다. 조씨는 9년째 연예인을 찍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배우 사진은 모두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조명과 장비로 촬영했다. 그는 “광고나 잡지 때문이 아니라, 작가인 나와 그들만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영화배우 최민식을 찍지 못한 것. 최민식이 영화 ‘올드보이’를 위해 권투장에서 트레이닝 하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15년간 갇힌 인간의 지독함을 갖기 위해 하루에 6시간씩 운동했대요. 한 번은 탈진해서 담요를 덮고 덜덜 떨며 ‘다시는 안 할 거야, 씨’라고 울먹이더군요. 주위에서 운동하던 이들이 그에게서 눈을 못 떼는 거예요. ‘너무 괴롭고 힘들구나, 하지만 바로 저것이 배우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 이미지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이병헌 이정재 안재욱 등 미남배우들은 물이나 땀에 쩔은, 얻어맞거나 숨을 헐떡이는 듯이 흐트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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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마음에 드는 사진은 비와 장진영.
“비는 자신의 넓은 이마가 싫어, 머리를 땋아 올릴 때부터 ‘안 하면 안 되나’ 하고 불안해했어요. 한 컷만 찍어보자고, 나를 믿어달라고 했어요. TV와 잡지에 늘 나오는 ‘멋있는’ 비를 찍을 거면 왜 따로 부르나요?”
장진영의 경우, 배우의 한 마디가 작가에게 깨달음을 줬다. 조씨는 “눈물 흘리는 맑은 이미지로 찍으려고 했는데 장진영이 ‘맑음’에서 벗어나자고 했다”며 “결국 왼쪽 눈 밑에 검정색 ‘눈물’을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김남진은 올 누드를, 이정재는 상반신 누드를 찍겠다고 나섰으나 조씨는 촬영조건이 크게 달라진다며 만류했다.
배우들이 조씨의 카메라 앞에서 과감해지는 것은 그를 믿기 때문. 신성우는 “또 이상하게 찍을 거지? 그래도 알아서 해”라며 모든 것을 맡겼고, 평소에 자기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병헌도 촬영 중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씨는 예전에 성현아와 이지현의 누드를 찍었다. 그러나 그는 “작가로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기 때문에 연예인 누드는 다시 안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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