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유관순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숙희(田淑禧·84)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장은 “너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가 이번에 상을 받은 이유는 ‘한국의 문학과 문화 알리기’라는, 유관순 열사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애국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1955년 미국 콜크로니클 신문사와 유엔 초청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내가 겪은 6·25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전씨는 이 강연을 통해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며 이들이 폐허 속에서 겪는 고통을 부각했다. 인기가 높아 일정이 당초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 이 강연은 미국이 한국을 전폭적으로 돕는 계기가 됐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동서문화’라는 잡지를 만들어 미국 등 고독과 소외에 시달리던 전 세계의 한국 이민자들에게 보냈다.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 교포들이 밑천 없이 이민 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공황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한 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1960년부터는 펜클럽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1988년에는 문학의 올림픽이라는 국제펜대회를 국내로 유치했다. 이 대회에는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석해 이념을 초월한 문학 토론을 벌였다.
당시 참석한 전 세계의 언론인 작가들이 한국의 분단현실을 알게 된 것이 뒤이은 세계 평화무드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이 공로로 동양인 가운데 두 번째로 국제펜클럽 종신 부회장에 임명됐다.
전씨는 공산권과 자유진영의 갈등이 불행을 불러온다고 보고 동서간의 화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제펜클럽 부회장이 되자 회원들을 설득해 북한을 펜클럽 회원으로 초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 1990년에는 당시 소련 작가동맹 등의 초청으로 남한 작가로는 최초로 모스크바대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으며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최초로 소련 도서전시회를 열었다. 이 공로로 2000년에 동양인 최초로 푸슈킨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이 같은 정력적인 활동 가운데서도 많은 작품집을 냈다. 1933년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단편소설 등을 사상계 등에 내 왔으며 지금까지 ‘탕자의 변’ 등 수십권의 수필 및 소설집을 냈다.
전씨는 “그동안 해 온 일들이 나라를 위해 얼마만큼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좀 더 민족을 빛낼 일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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