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유관순賞 선정 전숙희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장

  • 입력 2004년 2월 26일 18시 46분


“지난해 유관순상 수상자로 추천한다기에 ‘내가 무슨 애국운동을 했느냐’며 한사코 거절했어요. 올해도 여러 번 거절했는데 결국 선정했더군요.”

제3회 유관순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숙희(田淑禧·84)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장은 “너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가 이번에 상을 받은 이유는 ‘한국의 문학과 문화 알리기’라는, 유관순 열사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애국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1955년 미국 콜크로니클 신문사와 유엔 초청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내가 겪은 6·25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전씨는 이 강연을 통해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을 소개하며 이들이 폐허 속에서 겪는 고통을 부각했다. 인기가 높아 일정이 당초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 이 강연은 미국이 한국을 전폭적으로 돕는 계기가 됐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동서문화’라는 잡지를 만들어 미국 등 고독과 소외에 시달리던 전 세계의 한국 이민자들에게 보냈다.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 교포들이 밑천 없이 이민 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공황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한 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1960년부터는 펜클럽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1988년에는 문학의 올림픽이라는 국제펜대회를 국내로 유치했다. 이 대회에는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석해 이념을 초월한 문학 토론을 벌였다.

당시 참석한 전 세계의 언론인 작가들이 한국의 분단현실을 알게 된 것이 뒤이은 세계 평화무드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이 공로로 동양인 가운데 두 번째로 국제펜클럽 종신 부회장에 임명됐다.

전씨는 공산권과 자유진영의 갈등이 불행을 불러온다고 보고 동서간의 화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제펜클럽 부회장이 되자 회원들을 설득해 북한을 펜클럽 회원으로 초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 1990년에는 당시 소련 작가동맹 등의 초청으로 남한 작가로는 최초로 모스크바대에서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으며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최초로 소련 도서전시회를 열었다. 이 공로로 2000년에 동양인 최초로 푸슈킨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이 같은 정력적인 활동 가운데서도 많은 작품집을 냈다. 1933년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이화여자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단편소설 등을 사상계 등에 내 왔으며 지금까지 ‘탕자의 변’ 등 수십권의 수필 및 소설집을 냈다.

전씨는 “그동안 해 온 일들이 나라를 위해 얼마만큼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좀 더 민족을 빛낼 일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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