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우리가 왜 주류이며 문화권력이냐”는 항변이었다.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부도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주류’나 ‘권력’이란 말 자체가 ‘부도덕하다’ ‘제 맘대로다’와 동의어이므로 자신들을 ‘문화권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가 과거 기득권층과 결국 똑같다는 비판”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생각은 물론 기존 제도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개혁지향적인 성향으로 보아 이해할 수 있는 항변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의 생각이 참여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초기의 ‘아웃사이더 식’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기관장이 재야 출신 인사로 바뀐 한 문화단체의 간부는 “영입된 재야인사들은 대부분 순수하고 탈권위적”이라며 “그러나 현실감각이나 행정마인드가 부족하고, 책임감보다는 비판의식이 강해 내부 직원들까지 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의식은 지난 1년간 많이 변했다. 일례로 연초 미술계 일각에서 문예진흥기금 지원이 민중계열 인사들에게 편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중도적 목소리가 나와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았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문제는 어떤 주류이며 어떤 권력을 행사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권에 진입한 재야인사들은 자신들이 이제 그 분야의 리더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자각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로소 문화행정 서비스의 수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문명 문화부기자 angelhuh@donga.com
구독 2
구독 97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