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관계를 파괴하는 제도’라고 주장해 오다가 나이 66세를 맞은 2000년, 세 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페미니스트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이 책은 컬럼비아대 영문과 교수로 역시 페미니즘 작가인 저자가 1990년부터 5년간 스타이넘과 주변인물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1995년 발표한 전기다.
스타이넘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해 ‘페미니즘 운동가는 예쁘지 않다’는 편견을 깬 여성운동가로도 유명하다.
1963년 ‘바니걸’로 위장 취업해 플레이보이 클럽 내 성적 착취 실태를 폭로했으며 1972년에는 최초의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창간했다.
이 전기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그녀의 이런 업적보다는 스타이넘이 남성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원망하며 자살한 천재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와 같은 대학 우등생 클럽 소속이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선다.
둘 다 아름답고 총명했지만 스타이넘보다 예민했던 플라스는 50년대 미국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했던 인습적 기대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러진다. 보다 사교적이고 잡초 같은 근성을 지녔던 스타이넘은 살아남는다.
페미니즘 진영의 동지였던 베티 프리던으로부터 질투 섞인 공격을 받고 언론으로부터 ‘부르주아 페미니즘의 상징’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꺾이지 않은 스타이넘의 생존력. 그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지켜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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