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째인 주부 전모(31·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지난 14일 농협C유통센터 수산코너에서 광어와 참치, 붕장어(일명 아나고)를 섞어 5만원 가량의 회를 구입했다.
이날 가족 6명과 함께 회를 먹던 전씨는 무심코 붕장어 회를 집다가 젓가락을 던지며 기겁했다.
명주실 굵기에 2.5cm길이의 붉은색을 띤 기생충이 회고기와 엉겨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
전씨는 놀라기도 했지만 뱃속의 아기 때문에 큰 걱정에 휩싸였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생충이나 그 알이 회에 섞여 배속으로 넘어갔을 경우 태아에 전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병원을 찾은 전씨는 “임신 중이라 약도 못쓰고 달리 검사할 방법이 없다. 출산 후 검사를 받고 치료도 하자”는 의사의 말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씨의 가족들은 곧바로 회를 구입한 유통센터에 항의했으나 “‘환불은 가능하지만 당장 증세가 없기 때문에 출산 후의 검사·치료비 등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보호원과 구청에 고발할 계획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대형 유통센터의 음식물에서 기생충이 나온 것도 충격이지만, 이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유통센터 담당자는 “임산부는 처음이나 과거에도 간혹 이런 경우가 있어 앞으로는 아예 붕장어를 팔지 않기로 했다”면서 “당장 증세가 없어 보상 등을 해줄 수는 없고 만약 피해가 발생한다면 의사의 소견을 들어 보험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전씨가 본 기생충은 “생선회(붕장어, 오징어, 낙지 등)에서 종종 발견되는 ‘아니사키스(돌고래회충)’로 보인다”면서 “이 회충은 위벽을 뚫고 들어가 급성 통증을 일으키거나 위벽에 붙어 궤양·혹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균관대학 의과대학 공륜교수는 “그러나 아직까지 아니사키스가 태아에게 해를 끼쳤다는 학계의 보고는 없다”면서 “2~3cm크기면 유충으로 알을 낳을 수도 없고 인체에서 1개월 이상 살수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남해안에서 잡힌 생선회를 먹고 아니사키스에 감염돼 급작스런 복통을 호소, 위 내시경으로 기생충을 제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바다 생선에는 기생충이 없다는 잘못된 상식을 버려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여름철에는 높은 수온에서 잡은 물고기, 조개나 멍게 같은 해산물 등에 비브리오균이나 간염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날로 먹지 말아야 하며 특히 간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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