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 수집가이자 애국지사의 외손자인 심정섭(沈禎燮·61·광주 송원여자정보고 교사)씨는 1일 조선총독부가 1935년에 펴낸 ‘조선공로자명감(朝鮮功勞者銘鑑)’을 공개했다.
이 책자는 조선총독부가 한반도를 강제 점령한 지 25년째를 맞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일본에 협력한 민관 공로자를 선정해 영구 기록하기 위해 일본어판으로 출간한 것으로 총 1808쪽에 이른다.
이 책은 일본인 2560명과 함께 조선인 353명의 명단과 출생지, 학력, 경력, 공적내용, 현직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주요 인물의 경우 사진까지 실어 놓았다.
명감에 실린 주요 친일인사로는 일제가 1910년 ‘후작’ 작위를 수여한 이완용과 박영효, 농상공부 대신을 지낸 송병준(백작)을 비롯해 윤덕영 민병석 민영기 민영휘(이상 자작), 이윤용 이항구(남작) 등이 있다.
도지사 15명, 군수 146명 등 당시 관리들과 친일부호 장직상, 창씨개명 주창자 한상룡, ‘조선총독열전각’을 지어준 김갑순, 비행기를 헌납한 문명기, 금융자본가 현준호, 국방비를 헌납한 광산업자 최창학 등이 들어 있다.
또 광복 후 반민특위가 ‘체포 1호’로 지목한 자본가 박흥식을 비롯해 불교 지도자 박한영, 교육자 백남훈 민병석 등이 포함돼 있고 총독부 자문기관인 중추원 고문, 참의원, 도의원, 시의원, 면의원, 은행가, 독농가, 사립학교 설립자 등이 망라돼 있다.
책자를 공개한 심씨는 1962년 건국공로훈장을 받은 백강 조경한(白岡 趙擎韓·1900∼1993) 선생의 외손자로 백강 선생은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냈다.
심씨는 “1960년 4·19 직후 광주 계림동 헌책방에서 구입한 것을 외조부께서 읽고 나중에 많은 사람에게 알리라고 해 지금까지 보관해왔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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