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19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극단 여행자의 ‘환’(幻·양정웅 연출)에 출연한다. ‘환’은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를 강렬한 이미지와 즉흥연기로 재창조해낸 연극. 그는 권력에 대한 욕망에 불타는 진 장군(맥베드)과 절친한 친구이지만 결국 배신의 칼날에 희생되는 술 장군 역을 맡았다.
최씨는 지난달 제40회 동아연극상에서 데뷔 20년만에 처음으로 연기상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장에서 흐르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고(故) 김상열 선생이 이끄는 극단 ‘신시’에서 활동했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해 소품, 조명, 음향 등 무대 뒷일을 주로 맡았다. 연극 ‘백설공주’에서는 무선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침대를 개발해 칭찬을 듣기도 했다.
“배우는 죽더라도 무대현장에서 부딪혀야 하는데, 그동안 저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 탓만 하고 살았어요. 역이 작다고, 생리에 맞지 않다고 도망가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요.”
그는 1996년 결혼 후 ‘신시’를 떠났다. 그리고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오디션에 응해 배우로서 정면승부에 나섰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9년 ‘좋은 녀석들’. ‘째보’ 역이었지만 출연진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연극 ‘서안화차’에서는 ‘배우 중의 배우’라는 평을 얻었고, ‘추적’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국장’ 역으로 열연해 결국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연극공연을 위해 SBS ‘야인시대’나 영화 두세 편의 출연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야인시대’ 제작진이 ‘TV에 30회 정도 출연하면 당신의 인생이 바뀔 것 같은데, 연극이 그렇게 좋으냐’고 묻더군요. 물론 영화나 TV에 출연하면 1000∼2000만 원의 목돈을 쥘 수 있지만, 연기자로 설 때까지 제가 있을 곳은 연극무대입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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