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깨동무’는 ‘조폭 코미디’의 또 다른 변종(變種)이다. 2001년 ‘조폭 마누라’에서 ‘여성 조폭’이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흥행 코드로 전국 520만 명을 기록했던 조진규 감독이 이번에는 ‘어깨’를 내세운 것.
어깨의 사전적 의미는 ‘힘이나 폭력을 일삼는 불량배.’ 조폭과 비교하면 폭력의 수위는 떨어지고 사회적으로도 덜 ‘해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실제 극중에서도 어깨들은 조직의 힘과 주먹이 아닌 의리와 정(情)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착한 어깨’들의 얘기다. ‘어깨 3총사’ 사이에 착하지만 산만하기 짝이 없는 가수지망생 동무(이성진)를 끼워넣고, 이들의 불협화음을 통해 웃음과 약간의 감동을 유도했다.
그룹의 비자금 비리가 담긴 자료를 입수해 달라는 청부를 받은 태식 일당은 담당 경찰을 습격해 테이프와 경찰 신분증을 얻는다. 그런데 모처럼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 테이프가 엉뚱하게도 동무의 손에 들어간다. 태식은 동무의 형이 검사라는 사실을 알고 경찰을 사칭하며 테이프를 되찾으려고 하지만 상황은 계속 꼬인다.
‘어깨동무’의 웃음은 슬랩스틱류의 좌충우돌 외에 ‘어깨’가 경찰이 되는 역전된 상황에 의지해 나름대로 그 목적을 달성했다. 태식이 “우린 주민등록증도 없어.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라며 동무를 어르는 대목은 ‘실미도’를, 꼴통이 낙지를 먹는 신은 ‘올드 보이’를 패러디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냐는 ‘조급증’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 태식과 술집 출신인 애인 미숙(조미령), 동무와 그가 짝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멜로 라인에 꼴통의 인간적 사연까지 영화에는 도무지 여백이 없다. 잡다한 에피소드들이 뒤섞이는 바람에 영화는 결국 ‘불편한 어깨동무’가 돼 버렸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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