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단국대 국악과 강사 일을 하고, 밤엔 재즈댄스 강사를 하는 이른바 ‘투잡족’, 장민아(張敏娥·31)씨는 스스로 ‘거구(巨軀)’를 자처하며 이렇게 말했다. 키(171cm)가 크고 볼륨도 있는 몸매라 역동적인 재즈댄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마스크가 서구적이어서 전공인 국악(해금)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고수(鼓手)’인 아버지와 가야금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장씨의 ‘국악 전공’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단국대 대학원을 졸업(석사)한 뒤 2002년부터 ‘국악감상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에 덧붙여 1998년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재즈댄스는 그의 또 다른 삶으로 자리 잡았다. “춤을 추다 보면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춤을 추면 일상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한없이 자유로워지죠. 하루 종일 춤을 췄어요. 강의실 문을 닫고 몰래 춤 동작을 연구하고, 화장실 갈 때도 댄스 워킹연습을 하고, 한마디로 미쳤어요.”
춤에 미쳐 지내던 2001년 여름 재즈댄스 ‘스승’에게서 “이젠 남을 가르쳐도 되겠다”는 ‘하산(下山)’ 통고를 받았다. 요즘은 밤마다 한국청소년수련관이 있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과 경기 광명시를 넘나들며 재즈댄스 강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에겐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따른 원칙이 하나 있다. 두 분야를 각기 마스터해야 프로로 설 수 있지, 섣부르게 이를 뒤섞어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 정적인 국악이 동적인 재즈댄스와 뒤섞이면 뱀도 아니고 용도 아닌 ‘이무기’가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두 가지 다 포기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국악은 더 공부해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싶고, 재즈댄스는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하고 싶어요.”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