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해설자인 김승준 8단은 “이 9단의 두터운 바둑에 맞서 같은 두터움으로 대응하는 ‘맞불작전’으로 이긴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10여년간 이어진 이창호 1인 독주가 끝나고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의 할거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국수전은 흑을 든 기사가 모두 승리하는 ‘흑번 필승’의 기록도 세웠다. 최 6단은 “흑을 들면 원하는 방식으로 판을 짤 수 있어 바둑 두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최종국인 5국에선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백36은 착각으로 인한 수. 흑43 이후 백이 계속 이곳을 두면 패가 나지만 백에는 마땅한 팻감이 없어 곤란하다. 백은 어쩔 수 없이 44로 손을 돌렸지만 흑은 45, 47로 쾌조의 선수에 이어 49로 백 석 점을 잡아 일찌감치 우세를 확보했다.
우변 전투에서 67의 곳에 때려내지 않은 흑61이 과수였으나 백62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실수. 백62로는 ‘가’로 늘거나 64의 자리를 먼저 끊어야 했다. 흑67로 때려낸 수가 뒷맛을 말끔히 없앤 수로 흑은 50여집의 실리를 챙겨 승세를 굳혔다.
실리가 부족한 백은 좌하귀 흑 대마를 끈질기게 몰아가며 형세 반전을 꾀했으나 흑은 113, 115로 간명하게 처리하면서 빈틈을 주지 않았다. 백은 이후 수십수 더 진행했으나 흑의 두터운 응수에 막혀 반면으로 10집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흑의 완승국. (도움말=김승준 8단)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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