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토요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5층에 있는 국립발레단 소연습실. 유치원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아저씨까지 남녀노소 20여명이 수석무용수 김주원씨와 트레이너인 갈리나 코즐로바의 지도로 발레의 기본동작을 익히고 있다. 연습용 무용복에 토슈즈까지 제대로 갖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가볍게 운동복만 입은 사람도 있다.
이 자리는 국립발레단측이 평소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준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 마련한 ‘발레 클래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클래스지만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모두 진지하다. 발레단원들이 회원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동작을 바로잡아 주고 상대역도 해준다. 회원 정일영씨(36·회사원)는 “무대에서 보기만 하던 동작을 직접 해 보니 무용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호회 회원들은 국립발레단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분들”이라며 “회원들의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조금이나마 보답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총 40여명의 회원을 가진 국립발레단 동호회는 2001년 초 결성됐다. 2000년 9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때 국립발레단 웹사이트에 게시판이 만들어지면서 발레 팬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해 말 ‘호두까기인형’ 공연 때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공연을 도왔고 이듬해 동호회를 결성한 것. 그 뒤 지금까지 공연 때마다 이들은 프로그램 판매와 안내 등의 궂은일을 자청해 맡고 있다.
이경민 회장(25·자양고 교사)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공연을 보며 서로의 감상을 이야기하다 보면 안목도 높아지고 국립발레단에 대한 애정도 더욱 깊어진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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