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남자충동’… 적나라한 수컷들의 허장성세

  • 입력 2004년 3월 3일 19시 21분


주인공 장정 역의 안석환.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주인공 장정 역의 안석환.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배우 안석환의 집 거실에는 1997년 그가 주연했던 연극 ‘남자충동’의 폭 2m짜리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포스터에는 극 중 주인공 장정(안석환)이 ‘대부’의 알 파치노를 흉내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석환은 “이 그림이 지금까지 배우로서 나를 지켜주는 장승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97년 이 연극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 백상예술대상 5개 부문, 서울연극제 4개 부문 등을 휩쓸며 배우로서 그를 정상에 올려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남자충동’(조광화 작·연출)이 7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12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이번 작품에는 안석환을 비롯해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 출연했던 황정민, 영화 ‘올드보이’와 ‘효자동 이발사’에서 열연한 오달수 등 초연 당시의 멤버들이 총출연한다.

안석환이 맡은 ‘장정’이란 인물은 ‘대부’의 알 파치노처럼 가족과 조직을 지키는 것이 사내로서의 임무라고 믿는다. 이 연극은 97년 영화 ‘넘버3’ ‘초록물고기’ 등과 함께 공연돼 한국의 ‘조폭 문화’ 유행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남성들의 심리학적 보고서’에 더 가깝다.

‘강한 남자’ 콤플렉스에 휩싸인 장정뿐 아니라 형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고 비굴해지는 동생 유정(이남희), 수컷들의 싸움판에 환멸을 느끼고 차라리 여성으로 살기를 원하는 여장남자 단단(김재만)…. 이들 남성 군상을 보고 있으면 남성관객들은 마치 속내를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리고, 여성관객들은 남자들의 행동과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는 묘한 웃음을 짓게 된다. 화∼목 7시반, 금 토 4시반 8시, 일 4시반. 2만∼4만원. 02-764-876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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