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 머지않았다. 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화두는 단연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일 것이다. 이를 위해 외모, 화술, 표정 등 ‘이미지 메이킹’도 출마준비에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숨겨진 ‘표’를 잡기 위해 어떻게 미소 짓고 어떻게 악수해야 할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쏠린다. 특히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새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30, 40대 도전자들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갖추어야 할까. 4·15총선에 입후보한다는 가상의 전제 하에 이미지 전략 컨설턴트 김은주씨(이미지 파워 소장·www.image-power.co.kr)의 도움으로 ‘의원후보 이미지 만들기’ 과정을 체험했다.》
○ ‘강남 갑’을 가상 지역구로
효과적인 컨설팅을 위해 콘셉트와 지역구를 가상으로 설정해야 했다. 기자의 기존 이미지와 주거지를 고려해 서울 강남 갑에 출마하는 ‘30대 경제 전문가’로 잡았다.
완벽한 컨설팅을 위해서는 지역구 조사와 유권자 설문조사, 후보자 주변에서 말하는 후보자 이미지, 또 선거 팀과의 전략적 협의가 필수적. 하지만 이는 실제 후보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체험에서 제외했다.
컨설팅은 크게 외모와 언어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외모는 머리모양, 패션, 얼굴 등 신체 모든 부분이 해당되며 언어는 화술과 비언어(음성, 제스처)로 나뉜다.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미리 비디오 녹화와 서류상의 진단 테스트를 받았으며 김 소장이 자신의 주관적 직관에 따라 코멘트를 해주기도 했다.
분석 자료를 토대로 한 최초 평가는 ‘당선이 어려움’이다.
○ 눈썹너비 3분의 1만 남겨
‘30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위해 외모부터 바꿨다. 흔히 보는 2 : 8, 1 : 9 가르마는 ‘바보스러워’ 보인다는 지적. 사고의 유연성과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젊은 나이이지만 노련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이마는 드러냈다. 또 신뢰감을 얻기 위해 기존의 갈색 염색을 빼고 보통 검은색으로 코팅을 했다.
밝은 빛깔은 친숙한 이미지는 주지만 사람을 가벼워 보이게 하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넓고 진하게 난 눈썹 때문에 인상이 어두워 보인다는 지적. 활동적이고 샤프한 느낌을 주기 위해 눈썹의 너비를 3분의 1만 남기고 밀었다. 또 투박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눈썹꼬리를 가늘게 정리했다.
선거 포스터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은 필수.
피부색이 고르지 않고 군데군데 불긋불긋한 것은 피곤한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고 했다. 건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피부색을 고르게 메이크업하고 립글로스도 살짝 발랐다.
의상은 경제전문가답게 청색 계통의 정장을 채택. 다소 여성적인 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넥타이는 강한 톤의 청색 줄무늬를 선택했다. 체격이 크지 않아 정장은 다소 풍성한 스타일로 했으며 옷감도 힘 있고 부피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선택했다.
협찬이라고는 하지만 100만원이 넘는 옷을 입고 나니 ‘옷이 날개’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원래 ‘얼굴이 날개’였는데….
다 끝나고 나니 일단 외모는 합격점으로 올라갔다.
○ 마이너스 이미지를 넘어서
비디오로 분석한 언어와 비언어 부분의 단점은 심각한 수준. 김 소장은 기자가 말할 때 △입을 작게 벌려 상대방이 잘 알아들을 수가 없고 △무의식중에 입을 손으로 가리기 때문에 시선이 분산되고 소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말할 때 한쪽 입술 끝만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입이 비뚤어져 보여 마치 거짓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단다. 말투도 툭툭 던지는 듯해 무성의해 보이고 상대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컨설팅 대부분을 미소와 말, 목소리에 할애했다.
방법은 계속적인 노력뿐. 거울을 보고 의식적으로 입 모양을 크게 벌리기, 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하기, 먼저 말을 하고 행동하기 등을 연습하고, 전 과정을 녹화해 평가하기를 반복했다. 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안 좋은 행동을 없애기 위해 교육 내내 김 소장이 주의를 주기도 했다.
유권자를 만날 때의 행동도 몸에 배야 했다.
악수를 할 때는 엄지손가락이 서로 맞물릴 정도로 깊게, 시선은 상대방의 눈, 반드시 가볍게 힘을 줘야 하며 손을 끌어당기거나 미는 행동은 거부감을 주기 쉽다.
노련한 후보자는 악수만으로도 상대방이 자신을 찍을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겸손하게 보이려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이라는 자기비하 표현을 쓰는 것은 절대 금물. 청중은 후보자의 말을 ‘들으려는’ 의지를 갖고 온 사람들이다.
또 연설이나 일대일 대화 때에는 많은 정보보다는 한두 가지를 분명히 제시하도록 했다. 정보를 많이 늘어놓으면 청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뭘 말했는지 모르게 되며 후보자의 인상 자체도 흐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거울아 거울아 나 어때?”
컨설팅이 끝나고 포스터용 사진을 보니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주변에서도 “진짜 출마해도 되겠는데!” 하며 진담(?)을 건넨다.
신뢰감이 충만한 얼굴, 전문가처럼 보이는 이미지, 부킹 100%를 보장할 만한 가벼운 미소…. 뉘 집 아들인데 이렇게 완벽할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생겼니.’
정신없이 취해 있는데 거울 속의 내가 말을 한다.
‘겉과 속이 다른 273명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라고.’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 호감 가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충만한 사명감과 전문지식, 국가에 대한 사랑이 우중충한 인상에 가려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스스로 포기하면 좋으련만 어쩌나.
자신은 가슴속에 ‘사랑’이 있다고 믿고, 공허한 ‘천사의 방언’을 하는데….
하긴 세상에서 제일 포기시키기 어려운 것이 짝사랑하는 사람과 선거 출마자라고 하던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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