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주말여행]로키to안데스/'잠든 마야' 수수께끼 풀릴까

  • 입력 2004년 3월 4일 16시 57분


고대의 신비를 간직한 채 우뚝 솟아있는 마야 유적 보남파크.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장대한 문명을 이루었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사진제공 함길수씨
고대의 신비를 간직한 채 우뚝 솟아있는 마야 유적 보남파크.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장대한 문명을 이루었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사진제공 함길수씨
《멕시코 최남단으로 향한다.

오악사카를 출발해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을 헤치고 당도한 곳이 강렬한 색채로 치장한 치아파스 주의 고도 산크리스토발데라스카사스. 이 화려한 색채도시의 강한 유혹 때문인지 도시 입성부터 몽환 속을 떠도는 것 같다.

1528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식민지 스타일의 독특한 매력 때문에 연일 관광객들로 들끓는다. 그러나 스페인 후예들과 현지 원주민들의 오랜 갈등은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있으며 10년 전 자파티스타 농민혁명군의 무장 봉기 이후 곳곳에 무장 군인들이 도시 경호를 서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데라스카사스는 해발 2300m에 위치해 항상 날씨가 선선하다. 고지대 분지의 좁은 면적을 활용하기 위해 도로, 건물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 열대정글 속 유적지 보남파크

또다시 지루할 정도로 긴 도로와 정글 속 갈림길을 무쏘와 함께 7시간이 넘게 달린 끝에 드디어 셀바라 일컫는 멕시코 최대의 정글에 당도했다.

원시 그대로의 원주민 생활을 예상했지만 현대식 주택에 새 옷을 입고 있는 원주민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이곳 경찰서장이자 마을 족장인 원주민 미겔 찬카움을 만나 조금이나마 원시 부족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게 정글에서 필요한 약간의 장비와 조언을 얻어 밀림 속으로 들어갔다가 대원 중의 한 명이 길을 잃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했던 정글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이름도 모를 야생동물들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물과 과일 몇 개만으로 보낸 하룻밤.

다음날 오전, 정글 속의 마야 유적지 보남파크로 향했다. 이곳은 1946년 치아파스 현지 라칸족을 조사하러 왔던 미국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고고학자인 듯 보이는 학자풍 방문객들이 중앙 광장의 기념 비석 앞에서 비문과 비석그림의 내용들을 탐독하며 마야의 신비한 비밀을 파헤치고 있었다.

보남파크는 마야어로 ‘채색된 벽’이라는 뜻. 그 이름의 유래를 증명이라도 하듯 제단으로 쌓아놓은 석실 내부에서는 기원전 800년경에 그려졌다는 벽화들을 볼 수 있었다. 전쟁 의식이나 적을 잡으려는 장면, 승리를 축하하는 장면 등을 인디고와 역청탄 아스팔트로 그려놓은 프레스코화가 이곳이 마야문명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영혼의 호수 아티틀란

멕시코 여정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중미의 시작 과테말라로 간다.

과테말라 국경 도시인 라메실라에 당도하자 멕시코에서 넘어온 장사치들과 생필품을 구하러 온 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케찰테낭고와 솔로라를 지나 아티틀란 호수가 위치한 파나하첼에 당도했다. 험준한 산악 속에 숨어 있는 깊고 광대한 영호(靈湖), 아티틀란.

코발트빛 잔잔한 물결, 보석처럼 아롱거리는 수면, 그 수면 위를 흘러가는 뭉게구름. 그 옛날 수많은 여행자들도 이곳에서 지친 발을 씻으며 자연의 포근함을 만끽했을 것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인근 원주민 마을 산티아고 아티틀란으로 배를 젓는다.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옆으로 3000m급 활화산인 톨리만과 산페드로가 지나간다.

아티틀란 도착 후 일요일 미사가 한창인 산프란시스코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향하는 좁은 도로에는 장이 열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옥수수 과일 의상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는 원주민들의 활기찬 움직임에서 생명의 약동이 느껴진다.

일요 미사를 드리고 전통 악기를 배우기 위해 산티아고 건너편인 밤보호텔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타 피리와 이곳 전통악기들을 함께 연주하는 악단 마이스(스페인어로 옥수수라는 뜻)를 만날 수 있었다. 각각의 악기를 배우며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남미 음률에 취해갔다. 함께 식사를 하고 음료를 나누며 그들 영혼 속의 리듬과 음률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티틀란 호수에 뿌리를 내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너그러운 표정과 맑은 미소는 도시와 문명에 찌든 이방인들에게 한줄기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함길수 여행칼럼니스트 ham9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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