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크레이지 크랩’은 내게는 잠시나마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주변 한국 친구들이 ‘싱가포르식 게요리 음식점이 생겼다’며 내게 알려줬을 때만해도 ‘과연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출신 주방장이 요리를 하는 것이나, 스리랑카산 살아있는 머드 크랩을 재료로 쓰는 것 등 이 모두가 고향을 떠올리게 해준다. 사무실과 집이 모두 강북에 있지만 매달 한 번 이상은 꼭 들리게 됐다.
싱가포르는 흔히 음식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음식 종류가 다양하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또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섞인 페라나칸 문화에서 나온 음식이 모두 싱가포르를 대표한다. 국제도시답게 몽고, 터키, 러시아 음식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풍부한 음식 문화 덕분에 매년 한 달씩은 현지인과 세계 미식가들을 위한 음식축제가 열린다.
그래도 가장 싱가포르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크레이지 크랩’에서 내가 늘 주문하는 ‘칠리 크랩’과 ‘블랙 페퍼 크랩’이다. 이곳의 ‘칠리 크랩’은 싱가포르에서 직송한 특수 칠리에 계란을 넣어 만든 국물로 요리하는데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싱가포르에선 빵을 함께 내 칠리소스에 찍어먹지만 이곳에선 칠리소스에 밥을 말아준다. ‘블랙 페퍼 크랩’도 ‘칠리 크랩’만큼 화끈한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크랩 요리와 함께 나오는 반찬인 카창과 아차도 고향 맛 그대로다. 땅콩과 멸치를 쌈발 칠리에 볶은 카창은 한국의 멸치볶음과는 또 다른 맛이다. 싱가포르식 오이김치인 아차도 크랩을 먹는 중간 중간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입맛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매콤 달콤한 칠리 크랩과 후끈 달아오르는 페퍼 크랩, 그리고 싱가포르식 반찬 모두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고향의 맛이지만 가끔은 색다른 매운 맛을 느끼고 싶은 한국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저스틴 하우 싱가포르관광청 서울사무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