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 예정인 ‘히달고’(조 존스턴 감독)에서는 바로 그 사막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바람 한 점 없이 적요한 사막부터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모래돌풍이 휘몰아치는 역동적 사막까지, 웅장한 사막 풍광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위대한 모험과 도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대작이다.
주인공은 미국 서부 역사상 최고의 장거리 기수(騎手) 중 한 명인 프랭크 홉킨스. 백인과 인디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실존인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는 1890년대 말, 자신의 파트너인 스페인 혈통의 조랑말 ‘히달고’와 함께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1000년 전통의 ‘불의 대양’ 레이스에 도전한다.
홉킨스 역에는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비고 모텐슨이 출연했다.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 뛰어든 혼혈 카우보이와 별 볼일 없는 조랑말. 불리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아라비아 최고 혈통의 경주마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담을 비켜가진 못하지만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에서는 두 여정이 겹쳐진다. 하나는 사람과 말이 함께하는 3000마일(약 4800km)의 험난한 대장정, 다른 하나는 자신의 배경과 출신을 부인하며 살아가던 홉킨스가 온갖 시련을 겪으며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정신적 여정. ‘쥬라기 공원3’ ‘쥬만지’ 등을 연출한 조 존스턴 감독은 이 여정에 사막의 보석 같은 경관, 아랍의 이국정취, 통쾌한 액션을 결합해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시킨 서사극을 빚어냈다.
‘히달고’는 스페인어로 ‘숭고한’이라는 뜻. 영화에서 말은 홉킨스의 양심을 대변한다. 그가 포기하려고 할 때 말은 도전을 계속하라고 격려한다. 히달고 역에는 다섯 필의 말이 캐스팅(?)됐다. 주요 장면에는 TJ라는 말이 출연했고 나머지는 몸에 색칠을 한 대역들 몫. TJ와 친구가 된 주연배우 모텐슨은 촬영이 끝난 뒤 아예 이 말을 사들였다.
한편 ‘히달고’에는 전설적 스타 오마 샤리프가 홉킨스와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아랍 족장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40년 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었던 곳에서 이번 영화를 찍은 만큼 감회가 더 깊었다는 것이 오마 샤리프의 소감.
▼주연 비고 모텐슨 인터뷰▼
지난달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비고 모텐슨(46)은 화려한 스타보다 지성미 넘치는 예술가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배우이면서 동시에 시인과 화가,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금발과 옅은 갈색이 섞인 짧은 머리, 새 옷 같지 않은 올리브 그린 색 양복 차림으로 인터뷰 장에 들어섰다. ‘반지의 제왕’의 빛나는 영웅 아라곤이 서부의 카우보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도전과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련과 도전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고난 속에서도 존엄성을 지키는 홉킨스란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어려서부터 말과 친했던 모텐슨은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말을 몰았다. 촬영 기간 내내 한번 시작되면 서너 시간씩 계속되는 모래 돌풍으로 고생했지만 그는 사막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하라 사막에서의 촬영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모두 호텔로 돌아가면 난 현장 트레일러에서 밤을 보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정적만이 흐르는 사막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반지의 제왕’ 전후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빠진 것과 사람들이 알아봐서 마음대로 다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달라진 것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로스앤젤레스=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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