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불교전통문화원. 이곳에서 석정원 차회(昔鼎園 茶會·02-732-2068) 원장 석선혜(釋禪慧·53) 스님이 9명의 고급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 명나라 전춘년(錢椿年)이 쓴 ‘제다신보(製茶新譜)’의 원문을 강의하고 있었다.
기초반부터 고급반까지 10단계로 구성된 석정원 차회의 다도 과정을 모두 이수하려면 10년 가까이 걸린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학생은 1000명 남짓.
“이곳에서 10년 공부하면 차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습니다.”
석정원 차회를 거쳐 국내외 대학에서 차 관련 박사나 석사 학위를 딴 이들은 40여명이다.
20세 때 경남 합천 해인사로 출가한 선혜 스님은 현대 다도(茶道)의 중흥조로 불리는 최범술 스님에게 다도를 배웠다. 그는 80년대 초 서울 강남 봉은사로 올라와 석정원 차회를 열고 포교 차원에서 신도들에게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에 매료된 신도들은 아예 봉은사 인근 사무실을 빌린 뒤 선혜 스님을 초빙했다. 점차 수강생들이 모이자 선혜 스님은 차 문화를 널리 보급하자는 원력(願力)을 세우고 87년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다도 교육을 시작했다.
“일반인을 위한 강의도 열지만 차에 관한 엘리트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선시대 초의선사가 지은 동다송(東茶頌) 등 14권의 차 관련 고전을 번역본이 아닌 원문으로 강의하고 배운 내용을 다음 시간에 반드시 외워 오게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제대로 차를 배운 사람이 올바른 다도를 보급하게 해야죠.”
그는 성신여대 대학원 예다(禮茶)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그는 이달 중순 1년 일정으로 중국차의 본고장인 항저우(杭州)시 저장(浙江)대에 연구교수로 간다. 항저우를 비롯해 쓰촨(四川)성 윈난(雲南)성 일대의 차 제조법을 익히기 위해 가는 것이다.
“귀국하면 30년 차 인생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교수도 그만두고 석정원도 제자에게 물려줄 예정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다도를 총정리한 책을 쓴 뒤 출가할 때 꿈꿨던 본분사(本分事)를 하며 살렵니다. 해인사 선방이나 한적한 토굴로 들어가 ‘참선 수행’하며 깨달음을 얻어 보겠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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