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나서]고정관념을 버리면 새 삶이 보여요

  • 입력 2004년 3월 5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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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정관념’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대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국민의례’를 익히고 자라온 한국인들에게 ‘국민으로부터의 탈퇴’(B5)의 저자 권혁범 교수는 “모든 집회 결사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된 것이 민주주의라면, 국민을 탈퇴하는 것은 왜 안 되는가”라고 묻습니다. 극단적인 무정부주의의 주창은 아닙니다. 국민이라는 동일성이 노인,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어린이 등 국가로 보아서는 작지만 한 개인에게는 결정적인 삶의 차이들을 묵살해 버린다는 지적입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이라는 희망을 품어온 사람들에게 ‘실업사회’(B1)의 저자인 사회학자 김만수씨는 더 비관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한국 사회의 실업은 구제금융이 낳은 단기현상이 아니다. 실업은 자본주의 발전의 법칙이다, 삶의 일부분이다, 그에 적응해야 한다.”

속도와 방향을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세상이 변화한다면 산천에 마음을 의지할까요? 10여년간 한국의 숲을 누비며 ‘숲의 생활사’(B1)를 추적해온 산림학자 차윤정씨는 고요한 숲에서도 한정된 빛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진다고 알려줍니다. 다만 식물들은, 빛을 둘러싼 경쟁이 덜해지는 가을을 봄으로 삼아 새잎을 틔우는 조릿대의 예처럼, 공존을 위해 비켜서거나 나눠가질 줄 안다는 점이 다를 뿐….

다가온 봄을 끝장낼 기세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래도 겨우내 마른 줄기들은 이 눈 녹은 물을 끌어올려 새순을 틔울 겁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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