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위기와 기회를 다룬 첫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시대 변화에 대한 무감각 △국가공동체에 대한 무책임 △문제를 풀어갈 힘이 없는 무기력의 ‘3무(無) 증상’을 한나라당이 맞고 있는 위기의 근원으로 진단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먼저 자기반성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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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혁세력 무엇을 바꾸려 하나 - <3>진보, 뿌리내릴 수 있는가 |
박진(朴振) 의원은 “한나라당의 모태인 민자당은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뭉친 3당 합당의 결과물로 물리적 결합은 됐을지 몰라도 화학적 용해는 전혀 없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시대정신의 파도를 제대로 탈 수 없었고 제1당으로서 갖고 있는 능력이나 책임에 비해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원희룡(元喜龍) 의원도 보수세력의 위기를 ‘정당성의 위기’로 규정한 뒤 “한나라당의 수구 보수의 부패 정당 이미지 때문에 국민이 지지할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애국 세력, 부국강병 세력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그래서 전파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함에도 능동성과 공격성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근(李根) 교수는 “한나라당은 근본적 고민없이 전략적 고민만 하는 것 같다”며 “진보정당이나 다른 정당이 추구하는 것과 똑같이 나가려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무엇을 보수하려 하는지에 대해 지지자들이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해 이재호(李載昊) 위원은 한나라당의 역사를 인정하는 위에서 새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구성원 중에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감이 결여된 것 아닌가”라며 “당당한 보수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의원은 “민족이란 상징은 원래 우파의 것임에도 친일문제, 자주냐 동맹이냐는 논란 등 몇 번의 이슈 싸움을 통해 민족이란 모자가 어느새 좌파의 손에 쥐어졌다”고 색다른 분석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급급하다보니 이슈를 놓쳐 오히려 반민족적 그룹처럼 돼버렸다는 주장이었다.
보수진영에 ‘기회’가 다시 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 의원은 프랑스혁명 때 급진세력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발을 예로 들며 낙관적인 견해를 폈다. 노무현(盧武鉉) 정권 1년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상당히 불안한 만큼 결국 ‘실험정치’보다 ‘검증된 정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며 한나라당이 보수정치의 부정적 유산을 과감히 떨치면 이번 선거에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이 교수는 “안정은 보수세력이 갖는 중요한 차별성”이라며 “‘구관이 명관이다’는 식의 안정과 검증으로만 가면 위험하며 ‘모든 분야에서 전문적이다’는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 1부(1일)=한국 보수세력, 새로워질 수 있는가
박진 원희룡 (한나라당의원)
△ 2부(3일) 한국 개혁세력,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가
설훈(민주당의원),
김영춘 임종석 (열린우리당의원)
△ 3부(4일) 한국 진보세력, 뿌리내릴 수 있는가
장기표 (녹색사민당 대표)
노회찬 (민노당 중앙선대본부장)
▼토론자▼
보수 개혁 진보세력의 서로에 대한 평가 | |||
| 보수세력은? | 개혁세력은? | 진보세력은? |
보수(박진 원희룡) | ―합리적 대북정책―한미동맹의 현실적 중요성 인정 | ―표면적 남북화해 추진―우파와 좌파적 정책 사이에서 우왕좌왕 | ―반전반핵 운동 표방하면서 북한 핵 문제 외면―반미 성향 |
개혁(설훈 김영춘 임종석) | ―한나라당은 수구―친미 아닌 숭미 | ―수단과 과정 중시의 훈련 된 세력―보수세력보다는 도덕성 우월, 진보세력보다는 현실성 우월 | ―진보의 이념적 가치에 대한 현실적 모델은 붕괴된 상태―본원적 가치관에 젖어 국가 운영 책임감 결여 |
진보(장기표 노회찬) | ―기득권 세력의 이익 대변―미국에 종속적 태도 |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 ―기득권 없는 계층의 이해를 대변―민족의 자주성 강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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