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드로잉展 쥴리아나 갤러리서 20일까지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6분


천경자가 그린 여인들의 눈동자는 한결같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목이 긴 여인들의 멍한 눈동자는 머리에 얹힌 화려한 꽃이나 의상과 대비되어 우수와 고독이 짙게 느껴진다.

강렬한 채색화가로만 알고 있는 천경자는 독특한 기법의 다양한 드로잉도 제작했다. 종이 위에 실생활의 다양한 풍경과 인물들을 먹과 사인펜, 연필 등을 사용해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필체 위에 군데군데 채색을 입혔다.

20일까지 서울 청담동 쥴리아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천경자의 예술세계-진실이 담긴 회화’ 전에는 1970년부터 1991년까지 그가 그린 드로잉 작품 30여점이 소개된다.

70년대 이전의 여인상들이 현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여인들이었다면 70년대 후반부터는 현실 너머 4차원의 세계에서 온 듯한 섬뜩하고 금속성 강한 느낌의 초월적 여인상이 나타난다.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주점 안나 마리아’ ‘에디 버프 체로키 인디언’ 등 이국의 여인들, 미국 애리조나 사막의 풍경, 장미꽃 정물도 등장한다.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철새’ 연작은 만화 같은 선으로 젊은 두 남녀의 만남을 묘사했다. 한과 낭만, 고통과 행복, 현실과 환상의 상반된 세계가 대립하면서도 꿈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02-514-4266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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