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신문 “신문협회장이 덤핑 경쟁 촉발”

  • 입력 2004년 3월 8일 23시 20분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겨레신문 등 5개 신문사는 8일자 1면에 ‘알림’ 기사를 싣고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사의 자동이체 구독료 할인행사가 신문 판매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5개 신문사는 ‘최근 신문 구독료 할인 경쟁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알림’ 기사에서 “중앙일보사는 경품 판촉을 지양한다는 명분으로 ‘자동이체 독자 구독료 월 1만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이는 구독료의 편법 할인으로 원가 이하의 가격 덤핑을 통해 신문시장을 독식하려는 횡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덤핑 경쟁을 촉발한 장본인은 바로 한국신문협회 회장”이라며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사 회장을 지목한 뒤 “‘신문 가격이 너무 싸다’고 강조해온 홍 회장이 평소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행사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한국신문협회 산하 중앙지 및 지방지 판매협의회의 거듭된 해명과 시정 요구에 대해 (홍 회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5개 신문사는 “조선일보사도 중앙일보사와 비슷한 조건의 덤핑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기존의 경품이나 무가지 제공에 ‘가격 덤핑’이라는 상품을 더 얹어주는 제 살 깎기 경쟁”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사는 1월 20일부터 자동이체 독자에게 구독료를 월 1만2000원에서 2000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사도 지난해 11월 한 달 구독료를 1만4000원으로 올렸으나 중앙일보사의 할인행사 직후 1만2000원으로 내렸으며 자동이체 독자에게는 2000원을 추가 할인해주고 있다.

한편 한국신문협회 판매협의회(회장 김효재·金孝在 조선일보 판매국장)는 2월 6일 “상당수 신문사의 구독료가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구독료 인하는 군소지의 생존을 위협하는 덤핑 행위로 신문업계 경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건의서를 신문협회에 제출했다. 전국지방신문협의회(회장 안형순·安亨淳 강원도민일보 사장)도 2월 18일 긴급 회동을 갖고 “구독료 할인경쟁은 한국신문업계의 공멸을 초래한다”며 가격할인 경쟁을 중지하도록 중재하라고 한국신문협회에 촉구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구독료 할인 경쟁으로 판촉전 과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문시장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토론회에서 중앙일보사의 자동이체 구독료 할인 행사가 신문 시장을 과열 판촉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토론회에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구독료를 1만원으로 낮춘 뒤 판매 일선에서 거의 모든 신문이 독자 유지를 위해 1만원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당 지국들이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1만원대 판매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중앙일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결국 1990년대식 과열 판촉전이 현실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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