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만난 김성환(金成煥·31·부산교통공단) 김진이(金眞已·26·이화여대 대학원 휴학) 예비커플이 그 ‘무모함’에 도전한다. 이들은 4월 3일 결혼한 뒤 신혼여행을 잠시 미뤘다가 7월 4일부터 1주일 동안 열리는 칠레의 제1회 아타카마사막마라톤대회로 ‘밀월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 대회는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소금 사막에서 열리는 ‘서바이벌 마라톤’. 참가자들은 각자 음식과 장비를 배낭에 메고 외부 지원 없이 6개구간 250km를 달린다. 대회본부에선 하루 물 10L만 제공한다. 신혼여행이 달콤하고 멋진 추억 만들기라는 통념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주위에서도 “미쳤냐. 당장 그만두라”고 난리다.
“지난해 9월 중국 고비사막마라톤대회에 중국어 자원봉사를 갔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은 거죠.”(김진이)
“뭔가 의미 있는 이벤트를 찾다가 진이씨의 제안을 두말 않고 승낙했습니다. 아타카마사막대회도 이번이 처음이니 우리의 첫 출발과도 어울리잖아요.”(김성환)
이 커플은 2002년 가을 온라인 마라톤 동호회 ‘러너스클럽’ 부산지부에서 마라톤을 시작하며 만났다. 처음엔 서로 호감만 가졌다가 2003년 7월 지리산 산행 때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김진이씨는 “7일간 씻기는커녕 양치질도 못해요. 힘든 레이스 속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며 완주한다면 평생을 서로 도우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 ‘마라톤 데이트’에 빠져 있다. 매일 새벽 각자 10km를 달리고 저녁엔 헬스클럽에서 만나 체력훈련을 하며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것. 주말엔 30∼50km를 함께 달린다.
김성환씨는 지금까지 풀코스 2번, 하프코스 6번을 완주.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27분. 김진이씨는 하프코스만 3번 달렸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수영으로 몸이 단련된 데다 50km 장거리도 무난히 소화해 완주는 문제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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