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험의 보물창고
지난해 5월 문을 연 해오름예술촌에선 폐교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학교의 골격은 그대로이지만 외관을 독일풍으로 탈바꿈시켜 외국의 전망좋은 펜션 같다. 겉모양새도 독특하거니와 안에 들어서면 문화예술의 보물창고 같은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들어가는 입구도 독특하다. 우선 황토가 깔린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오래전 시골 재래식 부엌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바닥에 굴곡을 준 것이란다. 그래서일까?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정겨우면서도 재미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도예체험실과 알공예체험실이 나란히 붙어있다. 도예체험실 안에는 이미 만들어져 가마에 들어갈 때만 기다리고 있는 도예작품들이 줄줄이 놓여있다. 흔한 그릇과 컵 모양은 단 하나도 없다. 별, 달, 하트, 사과…. 다소 투박해도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이곳의 특징은 도자기 색깔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유약의 성분과 가마의 온도에 따라 각양각색의 색깔이 나오기 때문이다. 색상 샘플만 해도 100여 가지나 된다. 만드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 만든 작품은 모았다가 한꺼번에 가마에 구워 택배로 보내준다. 하지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해 택배로 받는 대신 도자기를 찾으러 온다는 구실로 다시 만들어놓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왕초보를 위한 알공예
알공예는 즉석에서 만들어갈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크기가 작아 주로 목걸이와 열쇠고리를 만드는 메추리알을 비롯해 인형과 종, 시계 등을 만드는 오리알, 거위알, 타조알…. 다양한 알의 변신이 신기할 따름이다.
알공예를 하려면 먼저 알의 위아래 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용물을 빼낸 뒤 물에 헹궈 말려야 한다. 메추리알은 겉에 공예용 본드를 바르고 다른 알들은 한쪽 부분을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낸 뒤 안쪽에 본드를 바른다. 이렇게 하면 여간해선 깨지지 않는다. 이 과정까지는 예술촌에서 이미 만들어 놓는다.
알공예 체험은 먼저 알 위에 흰색 공예용 물감을 골고루 발라 말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다 마르면 두 번 덧바른다. 그래야 알의 모양도 매끄럽고 원하는 색상으로 그림을 그릴 때 색깔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림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알 위에 다양한 그림의 전사지를 붙여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그림이 완성되면 긁힘을 막기 위해 코팅제를 발라 말린다. 펄이 살짝 들어간 코팅제는 바를수록 빛이 난다. 그 다음에 작은 인형 얼굴을 붙여 받침을 덧대 세워놓으면 배불뚝이 귀여운 인형이 탄생된다. 작업과정은 대략 1시간 반 정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웬만한 모양새가 나오니 그야말로 왕초보를 위한 알공예라 할 수 있다.
○추억의 공간들
입구 왼쪽 복도에는 어린시절 추억을 더듬어보기에 충분한 생활용품들이 가득하다. 미닫이문이 달려있는 텔레비전, 석유풍로, 얼음덩어리를 손으로 돌려 갈아먹던 빙수기, 딱지, 옛날 돈과 숯불다리미…. 특히 60년대에 주고받던 차용증에 ‘1000원 빌리는데 담보물로 돼지, 닭, 인삼, 모시, 쌀 몇 섬’하는 식으로 일일이 적혀있는 메모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추억의 교실풍경과 70년대에 즐겨 보던 2000여권의 순정만화와 명랑만화가 가득 꽂혀있는 추억의 만화방도 정겹다. 햇빛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만화를 보는 맛도 새롭다.
삐거덕거리는 나무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재활용품으로 만든 창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폐비닐, 폐타이어, 빈깡통 등으로 만든 작품들이 벽면과 천장 가득히 전시되어 있다. 특히 깡통으로 만든 모자와 가방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이쑤시개와 종이컵 밑받침으로 만든 대형벽화는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무심히 버려지는 물건들이 얼마나 예쁘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체험이 끝나면 인근 지족해안의 천연죽방렴을 둘러보며 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죽방렴은 바다에 그물을 쳐놓고 조수간만의 물살을 이용해 멸치를 잡는 원시어업이다. 바다 옆에는 층층이 마늘을 심어 초록빛이 가득한 평화로운 마을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도는 드라이브 코스도 기가 막히다.
수십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오다 정년퇴임 후 해오름예술촌을 만든 정금호 촌장은 “이곳은 나의 공간이 아니라 만인의 공간”이라고 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잔디를 다듬고 장승을 깎는 등 막일을 손에 놓지 않는 그는 스스로를 이곳 주인이 아니라 머슴이라 칭한다. 이렇듯 순수한 자연과 푸근한 정이 어우러진 곳이 바로 해오름예술촌이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055-867-0706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해오름예술촌 도착 →도예공예체험(1만원)→‘그때 그시절’ 전시관 및 재활용품 전시관 관람(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2.남해 천연죽방렴 생태체험→독일마을(5만원)이나 민박(3만원)에서 숙박
3.이른 아침 남해 해안도로 드라이브→알공예 체험(1만원)→전통다도체험(1만원)→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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