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중음악]신기한 5인조 그룹 ‘동방신기’

  • 입력 2004년 3월 1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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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그`로 데뷔한 5인조 아카펠라 댄스 그룹 `동방신기`는 파격적인 코드로 10대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남녀 구분이 무의미한 무성주의, 인터넷 세대에게 친숙한 복제 이미지가 그것이다. 왼쪽부터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최강창민, 유노윤호. 김미옥기자
`허그`로 데뷔한 5인조 아카펠라 댄스 그룹 `동방신기`는 파격적인 코드로 10대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남녀 구분이 무의미한 무성주의, 인터넷 세대에게 친숙한 복제 이미지가 그것이다. 왼쪽부터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최강창민, 유노윤호. 김미옥기자
《남성 5인조 아카펠라 댄스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1월 ‘허그(Hug·포옹)’란 노래로 데뷔한 이들은 두 달 만에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정상권에 이르고 있다. ‘MBC 음악캠프’에서도 ‘2월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동방신기’의 인기코드는 ‘무성주의(無性主義)’, 신화 속 인물 같은 비현실적인 이미지, 인터넷 세대를 겨냥한 복제 이미지로 분석된다.》

남성성 거세한 모호한 이미지로 어필

○무성주의 무성주의는 남자와 여자의 대칭적 구분을 넘어 ‘남녀 구분이 무의미한 상태나 모습’을 일컫는다. 남녀의 특징을 동시에 띠고 있어 구분이 어려운 ‘중성(中性)’과는 다른 개념이다.

‘동방신기’의 멤버들은 한결같이 일본 만화의 주인공 소년 같은 ‘망가(漫畵) 페이스’에서 한층 더 성징(性徵·섹슈얼리티)을 없앤 얼굴을 갖고 있다. ‘꽃미남’이 아니라 ‘남녀 구분이 모호한 현대사회에서 거세된 남성’을 암시하는 새로운 이미지인 것이다.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 네가 주는 맛있는 우유와 부드러운 네 품 안에서…”라는 데뷔곡 ‘허그’의 가사처럼, 이들은 이성을 사랑하기보다는 이성의 보살핌을 원한다.

멤버 모두 네글자 이름 ‘무국적 분위기’

○비현실성 ‘동방신기’는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는 뜻의 그룹 이름에서부터 비현실적 이미지를 풍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측은 “신화 속 인물 같은 ‘비현실성’이 이들의 이미지 콘셉트”라고 말했다. 홍콩 무협영화의 제목 같은 이 이름은 신세대가 ‘한자’에 막연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멤버 이름도 영웅재중(英雄在中·18), 최강창민(最强昌珉·16), 시아준수(細亞俊秀·17), 유노윤호(瑜鹵允浩·18), 믹키유천(秘奇有天·18). 앞의 두 자는 예명이고 뒤의 두 자는 본명이다. 네 글자로 이뤄진 이름들은 한국이나 중국·일본식 이름이 아닌 무국적의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시아’ ‘유노’ ‘믹키’ 등 예명의 한자 발음도 실제와 다르게 지어 이들의 비현실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미지는 파격…음악적 차별성 없어” 비판도

○복제 이미지 ‘동방신기’는 또 인터넷 세대에 익숙한 ‘복제 이미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그룹과 차별화된다. 멤버 5명은 머리 길이를 포함한 헤어스타일, 패션, 발성법이 비슷하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의도적으로 통제해 ‘하나’가 된다. ‘H.O.T.’ ‘젝스키스’ 등 기존 남성 그룹이 각양각색의 얼굴과 장기, 목소리와 옷차림으로 팬들에게 ‘(멤버를) 선택해 보는 재미’를 주었던 것과 상반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윤원준 박사는 “‘H.O.T.’가 ‘커피-녹차-콜라-오렌지주스-생수’로 구성된 ‘종합선물세트’였다면 ‘동방신기’는 ‘카푸치노-카페라떼-카페모카-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같이 다양하지만 비슷한 맛을 내는 커피 같은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동방신기’는 파격 이미지와 달리 음악적 진전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동방신기’는 10대의 관심을 끌면서 침체에 빠진 음반시장을 살릴 만한 요소가 있지만 음악적 패턴이 새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동방신기’는 “아직 다른 연예인들을 보면 신기해 달려가고 싶을 만큼 우리 스스로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다”며 “이미지뿐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아 10대 ‘보이그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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