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女의 벽’은 가라…조선업계 최초 여성 현장기사

  • 입력 2004년 3월 11일 19시 03분


조선업계의 첫 여성 현장직원 3명은 ‘여자 현장기사보다는 일 잘하는 현장기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강미숙 최현아 이정미씨. 사진제공 삼성중공업
조선업계의 첫 여성 현장직원 3명은 ‘여자 현장기사보다는 일 잘하는 현장기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강미숙 최현아 이정미씨. 사진제공 삼성중공업
《‘답답한 사무실은 싫다. 근로자들과 서로 어깨를 맞대고 땀 흘리는 현장이 좋다.’ 건장한 남자들만 있는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 현장에 처음으로 여성 신입사원 3명이 자원해 화제다. 지금까지 여사원은 대부분 설계 또는 연구개발(R&D) 등 내근 부서를 희망해 왔다. 조선소 현장 근무는 힘들고 위험하기로 소문이 나 있어 대졸 여사원들이 현장 기사를 지원한 사례가 이전에는 없었다. 용감한 이들 여사원은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생산 현장에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들은 ‘최초의 현장 여성기사’보다 ‘일 잘하는 현장 기사’로 평가받겠다는 각오다.》

▽회사의 행복한(?) 고민=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남자 205명, 여자 64명 등 신입사원 269명을 뽑았다. 3개월 동안 교육받은 신입사원들은 면담을 거쳐 인사팀에 희망부서를 써냈다. 박갑진 인사그룹장은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뜻밖에도 여사원 3명이 현장 근무를 자원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또 아버지나 삼촌뻘인 40, 50대 현장 남자 사원들과 협력하고 설계도면대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과연 20대 중반의 여사원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인사팀 관계자들은 마라톤 회의 끝에 ‘현장 근무에 남녀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3명 모두 본인이 원하는 현장 부서로 보냈다.

이렇게 해서 조선업계 최초의 여성 현장 기사가 탄생했다.

최종 여사원 배치 결과는 설계 26명, 관리 및 지원 21명, 연구개발 8명, 구매 6명, 현장 기사 3명 등으로 내근직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다=대학에서 전자전기통신공학을 전공한 이정미씨(24)는 가전1부 계장과에 배치돼 배 안의 전기배선 등 전기 관련 설비가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을 한다.

“어릴 땐 조선소 하면 자전거를 탄 아저씨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뤄 출근하는 모습밖에 알지 못했어요. 거제도에 갈 날이 가까워지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현장 근로자들과 어울려서 일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입사 동기들은 이씨의 현장 지원을 말렸다고 한다. 생각처럼 현장 근무가 쉽지 않고 위험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왕 마음먹었으니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에 현장 기사직을 고집했다.

막상 조선소 현장에 가 보니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안전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위험한 일이 너무 많다는 점도 알았다. 하지만 도전정신을 갖고 일에 매달리다 보니 재미도 있고 나이가 많은 부서 사람들은 친딸처럼 대해 줘 이제는 편하다는 것.

“삼성중공업의 첫 여성 기사라는 수식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신 계속 현장에 남아 ‘일 잘하는 이(李) 기사’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선실2과에 배치된 최현아씨(25)도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 도면을 만드는 일은 아무래도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에 현장 근무를 지원했다. 성격도 원래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부모님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회식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이제 너무 친해져서 앞으로도 언성을 높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큰 배의 내부를 돌아다니며 점검하고 작업을 지시해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지만 걷는 것을 좋아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꿈을 키운다=해양공사2부에 배치된 강미숙씨(23)는 대형 프로젝트의 매니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해양공사2부는 바다에서 가스나 원유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랜트 제조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대개 차장과 부장급이 맡는 매니저가 되려면 현장 근무가 필수며 한 프로젝트는 3년 정도 걸린다. 현장의 모든 과정을 잘 알아야 필요한 지시를 하고 점검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

희망 부서를 적어 낼 때는 현장 근무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했지만 일이 힘들 때는 ‘한참 잘못 생각했구나’ 하고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일에 적응해 가며 하나씩 배우는 재미에 요즘 푹 빠져 있다.

“결혼 후에도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꼭 제 손으로 대형 플랜트를 생산하겠습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아르바이트도 취업 희망분야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른바 ‘알바 OB(졸업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잘하는 게 취업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생인 ‘알바 YB(현역)’들은 아르바이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1∼2월 경력 3년 미만 직장인 2440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대부분이 취업 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64.3%는 그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가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와 연관성이 높을수록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업무와 밀접한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응답자의 75.4%는 취업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 반면 현재 업무와 무관한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우 45.3%만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39.3%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입사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카우트 김현섭 사장은 “저학년 때부터 진출할 분야와 관련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며 “방학 때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상당수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우트가 겨울방학 기간 대학생 1764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한 결과 49.7%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와 앞으로 진출할 분야와의 연관성에 대해 26.9%는 ‘매우 밀접하다’고 답했지만 41.3%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31.7%는 연관성이 보통이라고 대답했다.

아르바이트 종류는 사무보조가 31.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보기술(IT) 관련 업무(20.6%), 판매(14.0%), 과외 또는 학원 강사(12.3%), 서빙(10.2%) 등의 순이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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