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이처럼 사소한 일을 하는 게 의아했다. 그는 “행정업무를 보는 사무장이 없어서…”라며 싱긋 웃었다.
풍수원성당은 1907년 한국인 신부가 세운 국내 최초의 성당. MBC 드라마 ‘러브레터’(2003년)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주 교구와 횡성군은 이 성당의 성역화 사업을 위해 6만평의 부지를 매입해 ‘십자가의 길’ 등 휴양과 명상을 겸한 ‘바이블 파크’를 만들 계획이다.
김 신부는 예산 95억원 중 정부 지원금 62억원을 뺀 33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원주 제천 횡성 일대 성당과 서울 대치동 역삼동 성당 등을 돌고 있다.
그는 “330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모금할 계획인데 지금까지 1200명을 모았다”며 “다음달 11일부터는 평화신문과 평화방송을 통해 모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원래 운동권 신부로 통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1990년대에는 가톨릭농민회(가농) 지도신부로 농민운동에 헌신했다. 우리밀 살리기, 우리농촌살리기 운동 등이 그의 작품.
“‘운동’하면 과격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운동이든 사업이든 제 역할을 다하면 됩니다. 모든 일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달려 있지요.”
그는 ‘운동 대 비운동’ ‘좌파 대 우파’로 갈라 적대시하는 이분법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념의 차이로 나와 적을 구분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최근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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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농업기반에 체계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무기화하면 위험하니까요. 하지만 투쟁위주의 농민운동은 막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농민운동은 앞으로 생명운동과 유기농운동으로 변할 겁니다.”
그는 지난해 폐교된 금대초등학교와 5000여평의 밭을 인수해 ‘횡성 자연학교’를 열었다. 어린이들에게 농촌생활을 체험하게 해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일깨우는 캠프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 사업이 잘 되면 본격적인 귀농학교도 세울 예정.
“성역화 사업이 끝나면 직접 농사를 짓고 기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횡성=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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