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르네상스…’ 펴샌 고종희씨

  • 입력 2004년 3월 12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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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사학자인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43·일러스트레이션과)가 르네상스시대의 초상화들에 담긴 권력욕과 명예욕을 분석한 책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한길아트)을 펴냈다. 우리 출판계에서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미술사 책들이 나왔지만 ‘초상화’를 테마로 르네상스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분석서가 나온 것은 이색적이다.

고 교수는 “신(神) 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한 르네상스는 자기도 성화(聖畵) 속 주인공처럼 그림으로 오래 남고 싶다는 인간적 욕망이 분출하던 시기였다”며 “교황이나 군주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까지도 자신의 부, 학식, 취미를 뽐내려고 초상화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시기 각 지방의 신생 군주들은 처음에는 로마 동전에 새겨진 황제의 옆모습을 본떠 자기 옆모습 그림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다가 권력의 당위성을 인정받으려고 성인(聖人)과 함께 등장한 시기가 왔고, 나중에는 혼자 얼굴 정면을 당당하게 드러냈지요.”

로마시대 초기에는 황제의 초상이라 해도 손바닥 크기였는데 산치오 라파엘로(1483∼1520)에서는 실제 사람 몸 크기가 됐고 베첼리오 티치아노(1482∼1576)로 오면 등신대를 넘어섰다고 고 교수는 덧붙였다.

이탈리아 피사대에서 미술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곳곳을 돌아다녔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찾았을 때 티치아노 초상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뛸 듯이 기뻤어요. 티치아노는 권력자들이 초상화를 받기 위해 줄을 섰던 뛰어난 화가였죠. 그가 초상화를 그리다 붓을 떨어뜨리자 독일의 카를 5세 황제가 직접 주워줄 정도였다고 해요.”

그는 르네상스기의 또 다른 정상급 초상화가로 로레초 로토(1480∼1556)를 들며 “‘이탈리아 최초의 기념사진 작가’라고 불릴 만큼 신혼부부, 수집광 등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남겼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들 초상화에 나오는 소도구 하나, 배경 한구석은 모두 초상화의 캐릭터를 알려주는 세심한 정보원(源)”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자신의 초상화는 없지만 남편인 조각가 한진섭씨가 만들어준 초상조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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