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소재 작품활동 제니퍼 방씨 뉴욕에 아트센터 오픈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53분


뉴욕 ‘존 첼시 아트센터’에 전시된 미국 여류작가 팻 스테어의 작품 ‘폭포’ 앞에서 아트센터의 운영방향을 설명하는 제니퍼 방.    -뉴욕=홍권희 특파원
뉴욕 ‘존 첼시 아트센터’에 전시된 미국 여류작가 팻 스테어의 작품 ‘폭포’ 앞에서 아트센터의 운영방향을 설명하는 제니퍼 방. -뉴욕=홍권희 특파원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예술가의 작품을 현대아트의 메카인 미국 뉴욕 첼시에 소개하고 외국의 당대 대표작가 작품을 아시아에 소개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컴퓨터용 CD를 뜨거운 인두로 가늘고 길게 잘라 작품 소재로 사용해 국제 화단의 주목을 받은 ‘CD작가’ 제니퍼 방(45)은 12일 뉴욕의 예술의 거리, 첼시에 개설한 ‘존 첼시(Zone Chelsea) 아트센터’의 역할을 이렇게 설정했다.

아트센터는 상업적 갤러리와 공공성이 강한 미술관의 중간성격으로 판매보다는 전시에 중점을 두며 강좌를 열거나 공공재단의 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갤러리와 달리 아트센터가 되면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전시작업에 적극 참여하며 유명작가들의 작품 유치가 훨씬 수월하다. 지금까지 뉴욕 한인의 갤러리 개설은 몇 차례 있었으나 아트센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관 전시작을 미국 원로 여류작가인 팻 스테어의 판화로 선택한 이 아트센터는 5월엔 세계적인 설치작가 존 케이지의 작품 전시로 뉴욕 미술계의 주목을 끈다는 전략. 이어 올해 8차례의 전시 가운데 2차례는 한국작가들에게 배려할 예정이다.

방씨는 “한국 작가의 작품도 작품성이나 가격 등과 관련해 세계무대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한국작가의 작품이 세계무대에 나올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크게 부족했던 게 사실이므로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내 한국에 ‘존 서울’을 개설해 존 첼시의 전시작품을 국내 미술애호가들에게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은 훌륭한 미술시장이 될 수 있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귀띔한다.

방씨는 1년 전 맨해튼에서 스튜디오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첼시의 스타렛 리하이 빌딩을 찾아내고는 욕심을 냈다. 310m²의 널찍한 공간에다 순수미술 패션 사진 음악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종사자들이 활동하는 개방형 아트센터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

방씨의 제안에 남미의 한인사업가 윌리엄 박 등이 설립자금을 댔고 공익기금 유치 전문가인 준 최와 갤러리 운영 및 고객관리 경험이 풍부한 도릿 징거맨 등이 속속 참여했다. 또 작가 섭외 담당의 마샤 바솔럼, 강연을 담당할 브라이언 쇼 교수, 온라인 미술관 담당 스콧 메이휴가 손을 보탰다.

고교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길에 오른 방씨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한 뒤 미술대학원을 거쳐 미술교육학 실기 박사학위를 받고 작품활동을 해왔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설치작품 ‘금강산’으로 세계적인 비디오예술가 백남준씨와 2인전을 갖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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