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운명이라…’ 무너진 사랑은 회복할 수 없는가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이 무너졌을 때/제니스 스프링 지음 이상춘 옮김/360쪽 9500원 중앙M&B

2002년 우리나라에서 하루 840명이 결혼하고 398명이 이혼했다. 200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사유의 49.3%는 ‘배우자의 불륜’이었다. ‘설마 내 남편이…’ ‘설마 내 아내가…’라는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부부문제 해결로 이름 높은 심리치유 워크숍 전문가. 27년 동안 불륜으로 위기를 맞은 커플들을 상담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정리했다.

저자는 ‘외도 자체를 옳거나 그르다는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불륜을 씻을 수 없는 원죄처럼 취급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불륜으로 인한 관계의 악화에도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외도를 한 사람과 상처 받은 배우자 사이에 동등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계 악화의 발단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서로가 돌아보지 않으면 신뢰를 회복하고 애정을 되찾을 기회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라거나, ‘불행하다면 집을 뛰쳐나가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시종일관 권하는 것은 단 하나 ‘대화’이다. 연인을 포기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다시 외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때 올바른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이 27년간의 관찰과 경험에서 얻은 ‘가장 유효한 처방’이다.

불륜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커플들에게 저자는 ‘3단계 치유법’을 권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상처 받은 쪽은 극심한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며, 상처를 준 쪽은 죄책감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된다. “비슷한 고통과 혼란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재결합할 것인가, 헤어질 것인가를 분명히 결정해야 하는 단계. 특히 상처를 준 쪽은 ‘새로운 사랑을 통해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이 감정이 믿을 만한 것인가?’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관계 재정립’ 단계. 파트너와 재결합하기로 결정했다면 서로의 잘못을 (작건 크건)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서로에게 노력해야 할 점을 솔직히 알려주어야 한다. 솔직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의사 전달 방법을 찾아내는 데 신경을 쏟아야 하며, 특히 다시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어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