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문제는 10대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러나 이성 문제만큼 10대들이 무지하고 미숙한 분야도 드물다. 대부분은 생활 속에서 이성을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남학교와 여학교로 나뉜 구조, 공학이라 해도 남녀로 반이 갈린 상태에서 다른 성(性)을 만나는 기회란 클럽활동이나 대면식(미팅) 같은 ‘특별한 시공간’에서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은 인간관계에 있어 심각한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동성끼리만 지낸 학창시절은 남녀가 함께 일상을 꾸려가는 데 별 도움이 못 된다. 졸업 후 이성을 대하는 데 있어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고, 일부는 끝까지 상대 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초(macho)나 남성 혐오주의자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 점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남녀관계를 위한 좋은 지침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화성인과 금성인 만큼이나 다르다. 그럼에도 상대가 자기 같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숱한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자는 공감을 원하고 남자는 인정을 원한다. 여자가 속상한 심정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을 늘어놓으면 남자는 충고만 늘어놓기 일쑤다. 남자들이 문제를 털어놓는 경우란 대개 조언을 구할 때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상대에게 도움은커녕 면박으로만 여겨질 수 있다.
반대로 여성의 친절이 남성을 불쾌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여자는 세세한 부분을 조목조목 안내해 주려고 한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고 여겨서 불안해질 뿐이다. 모르는 길을 갈 때 옆 자리에 탄 아내가 운전에 대해 충고하면 벌컥 화를 내는 남편의 모습에서 그레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남자와 여자의 계산법이 다르다는 구절도 새겨들을 만하다. 남자는 ‘큰 것’ 하나가 수 십 번의 자잘한 친절과 관심을 대신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배우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고 여기던 무뚝뚝한 남편이 ‘당신이 나를 위해 뭘 한 것이 있느냐’는 아내의 말 앞에서 아연해하는 상황은 남녀의 생각 차이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아주 민감한 화두다. 성 차이의 이해는 양성간의 갈등과 성차별을 줄이는 첫 걸음이다. 이 점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예비 사회인인 청소년들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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