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주 작은 학교’…뒤돌아 본 교정의 추억

  • 입력 2004년 3월 14일 17시 26분


◇아주 작은 학교/이금이 글 원유미 그림/128쪽 7800원 푸른책들(초등 전학년)

어려서 다니던 초등학교를 가 본 적이 있는가.

세상의 전부 같았던 학교의 초라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어린 눈에 그리 넓어보이던 운동장이 마을 공터와 크게 다르지 않고 멀게만 느껴지던 학교 가는 길 역시 차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간의 간극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 학교가 사라진다면? 누구에게든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픔이다. 더구나 유년의 추억이 담긴 학교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어른이 된 아이들을 기다려야할 것 같아 더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바로 사라져가는 학교에 관한 이야기다. 아빠의 고향 송화리로 내려간 도시 아이 정우는 시골에 대한 향수 따윈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이 세상에서 지긋지긋한 학교가 사라진다면 행복에 겨워 춤을 추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가 아빠의 모교에 짙은 향수를 느끼고 아빠와 함께 학교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책의 첫 장면은 열한 살인 정우가 아빠와 함께 아빠의 고향에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빠와 칠촌뻘 되는 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때문이다. 아빠는 모교인 송화국민학교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막상 학교에 도착해보니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때마침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가 얼마 전 이 학교가 폐교되었음을 말해준다. 잔칫집에서 정우와 아빠는 송화국민학교가 폐교가 돼 버린 사정을 듣는다. 다음날 새벽 정우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잠이 깨고 친척 할머니는 어제 본 그 아이 윤재가 송화국민학교에서 종을 치는 소리라고 귀띔해 준다. 정우는 그 아이가 왜 폐교의 종을 치는지 궁금해 새벽안개를 헤치고 학교로 뛰어간다.

그러나 중견 동화작가인 저자는 폐교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폐교를 또 다른 창조의 공간으로 재활용하려는 정우와 아빠의 강한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폐교에 대한 감상주의에서 살짝 빗겨나가고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 책을 읽다보면 정우와 아빠처럼 이 학교에 대한 향수에 촉촉이 젖을 것이다. 화단에 심어진 이름 모를 식물들, 나이 든 살구나무, 키 작은 철봉, 텅 빈 운동장, 사택…. 그러면 아이와 어른의 가슴 속에는 어느새 똑같은 학교가 자리 잡고 또 하나의 학교에 대한 추억거리를 나눠 가질 것 같다.

아이는 숙제 시험 매 단체기합 같이 학교가 있어서 생겨난 것들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추억 속의 학교가 사라지거나 잠들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폐교 학생 윤재는 왜 종을 치는가 하는 정우의 물음에 “학교가…아주 잠들어 버릴까 봐…”하고 대답한다. 정우는 “너는 학교 다니는 게 지겹지도 않냐? 문 닫은 학교까지 다니게. 나 같으면 학교가 깰까봐 겁나서 살금살금 지나가겠다”며 딴소리다. 그러면서도 똑같이 학교놀이에 빠져드는 두 아이가 예쁘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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