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6월11일 서울 강남구 우림청담극장(구 강남 난타전용관)에서 공연 예정인 비주얼퍼포먼스 ‘천적지악마’(天赤地樂魔)의 엔젤투자자들. 2002년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붉은 악마의 응원축제를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은 ‘치우천왕’의 신화적 스토리를 동양의 원초적 리듬으로 풀어낸 퍼포먼스다.
창작뮤지컬이 극심한 불황을 맞은 상황에서 이들은 각각 1000만∼3000만원씩 투자했다. 이들의 투자액은 전체 6억5000만원 제작비 중 30%를 차지한다. 공연과 관계없는 법조인이나 교수들이 뮤지컬 투자에 나선 것은 제작사인 ‘스타 우드’의 진광엽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변호사인 진씨는 그룹 ‘퀸’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의 라이센스 계약 법률검토를 맡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가 제작한 첫 작품은 뮤지컬 ‘풀 몬티.’ 그는 “두 번째 작품으로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싶어 법조계와 학교 등을 통해 알았던 인맥을 이용해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신동승 고양지원 부장판사는 “바쁜 생활 때문에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진 대표가 제작한 ‘풀 몬티’를 보고 매우 감동받았다”며 “소액 엔젤투자를 늘리는 것이 공연계의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투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투자계약서에는 “이 작품에 투자해서 한 푼의 돈도 건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항이 꼭 들어있다. 그러나 일단 뮤지컬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의 몫부터 챙겨주는 시스템은 철저하다. 투명한 회계관리와 투자자 보호정책 덕택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
“그동안 국내 공연계는 투자를 해도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조차 모를 때가 많아 못 미더웠어요. 투명한 회계관리를 통해 공연에 대한 ‘후원’이 아닌 ‘투자’로서의 풍토가 제대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장호윤 한성대 교수)
진 대표는 이번 공연의 엔젤투자자들에 대해 최소한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평소와 달리 객석이 주판알로 보인다”며 공연제작과 티켓 판매에도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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