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맹부삼천지교’(孟父三遷之敎)의 제목은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고사 ‘맹모삼천지교’를 패러디한 것. 영화는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무대를 옮겼고, 주인공을 ‘맹부’(孟父)로 대체했다.
이 작품은 강남으로 옮겨온 만수와 조폭 강두(손창민)가 이웃사촌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웃음을 유도한다. 교육 환경을 망치는 조폭에 맞서는 ‘부정’(父情)이 과장된 형태로 그려진다.
비틀린 교육 현실과 ‘바짓바람’을 소재로 삼은 영화의 아이디어는 반짝 빛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 작품은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 ‘학력 콤플렉스’를 풍자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웃겨야 산다’는 지독한 ‘웃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성과 강두의 조카 현정(소이현)의 신세대적 감성, 가족의 화해 등을 코미디에 담아냈지만 과장된 웃음소리에 묻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조재현 손창민이 ‘망가지는’ 수고를 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뿐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지영 감독의 데뷔작. 26일 개봉 예정.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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