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옥스퍼드대에서 ‘16, 17세기 마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도가 서른에 가까운 나이로 뒤늦게 데뷔하셨는데 그전에는 성악훈련을 받지 않았습니까.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독일어 선생님이 처음 독일가곡을 가르쳐 주셔서 그 매력에 빠졌죠. 열일곱 살 때 교내에서 슈만의 ‘시인의 사랑’ 발표회를 가진 적도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26세 때였어요.”
―많은 성악교사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제자에게 강요합니다. 보스트리지에겐 특별히 스승이 없었는데, 장단점이 있다면….
“타인의 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고 독립된 제 노래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스스로도 내 노래가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내 안에 다른 성악적 가능성이 있는데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불안할 때도 있어요.”
그는 1995년 음반사 하이피리언의 슈베르트 가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에서 슈베르트 ‘3대 가곡집’ 중 하나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맡으면서 처음 주목을 받았다. 당초 이 곡을 노래하기로 했던 60년대 가곡의 제왕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는 “예전 같은 목소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며 양보하고 이 음반에 육성 해설자로만 참여했다.
―그 일은 마치 피셔디스카우가 갖고 있던 ‘가곡의 제왕’ 타이틀이 당신에게 넘어간다는 암시처럼 비춰졌고, 오늘날 그게 현실이 된 셈인데요.
“(웃음) 예술가곡 전문 가수로 그 이상의 찬사는 없겠죠. 피셔디스카우의 예술적 깊이에는 항상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테너이고 그는 바리톤으로 음역이 다른데다, 노래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 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문헌 연구에 강점을 가진 ‘역사학자’로서, 이번에 노래할 ‘겨울 나그네’를 어떻게 해석합니까.
“가사를 붙인 빌헬름 뮐러 시인이 살던 시대의 사회상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곡은 본질적으로 실연의 노래지만 나아가 ‘인생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상실한 목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죠.”
화제를 돌려보았다. 그에게 세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가끔 자장가를 불러줄까.
“자장가는 물론 비틀스의 곡도 불러줍니다. 그런데 아이는 자기 엄마의 노래를 더 좋아해요. 아빠의 소리는 너무 크고 ‘어렵다’나요. (웃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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