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문성근씨 여당行 방송신뢰 상실”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51분


지난달 KBS1 ‘인물현대사’의 진행을 돌연 그만두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문성근(文盛瑾)씨의 행태에 대해 KBS 노조가 KBS 경영진의 자성과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KBS 노보 최근호(11일자)는 ‘방송과 정치’라는 칼럼에서 “갑자기 정치권으로 발길을 돌린 문씨의 경우는 당혹스럽다”며 “제작진이 문씨의 말 바꾸기에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온전히 떠안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문씨의 행보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KBS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 칼럼은 “때마다 반복되는 (방송관계자들의) 무절제한 정치 입문을 막아보겠다고 만들어 놓은 윤리강령조차 헐거웠던 모양”이라며 “방송관계자들이 언제든지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잠재적 정치인’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그 방송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노보는 또 ‘횡설수설’ 칼럼에서 “정연주(鄭淵珠) 사장이 3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감의 뜻을 전했으나 신문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이유도 진정한 반성이라고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보수세력이 문씨의 진행자 선정부터 줄곧 문제를 삼았다는 점에서 볼 때 (문씨의 변신에 대한) KBS의 대응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1월 영국 BBC의 개빈 데이비스 이사장과 그레그 다이크 사장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오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사례 등을 인용한 뒤 “잘못된 것은 시인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윤리강령의 기본”이라며 정 사장에게 책임을 간접적으로 물었다.

KBS의 한 노조원은 이 칼럼과 관련해 “문씨 사건으로 KBS가 망신을 당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사내 게시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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