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오름극장은 1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이 고정되지 않은 가변식 극장이어서 극장 전체를 연출자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젊고 패기 넘치는 신인 연출가들의 실험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별오름극장은 연극계 ‘세대교체’를 주도한 대학로의 ‘혜화동 1번지’와 비교된다. ‘혜화동 1번지’는 5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한 차세대 연출가 그룹 김광보 박근형 최용훈 양정웅씨를 스타로 배출했다. 별오름극장도 신인들에게 마당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 6월 개관 이후 ‘신작 희곡 페스티벌’이 펼쳐져 왔고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미생자전’ 등도 이곳에서 초연된 뒤 화제작으로 인정받으면서 다른 큰 극장으로 옮겨갔다.
특히 18일부터 4월 11일까지 별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04 시선집중-연출가전’은 국립극장과 공연기획사 ‘모아’가 본격적인 신인 발굴 프로젝트를 위해 마련한 무대란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선정한 대학로 연출경력 5년차 내외의 연출가들인 김진만 박혜선 신동인 성재준씨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 이들은 전통 창작극과 뮤지컬, 물과 영상을 이용한 퍼포먼스,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을 펼친다.
극단 ‘그루’의 김진만씨는 아내인 배우 전현아씨가 직접 희곡을 쓰고 출연하는 ‘환(還)’을 연출한다. 도공의 예술혼과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극장 전체를 모두 무대로 활용한다.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마임과 안무로 표현하며, 관객들은 무대 안에 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극단 ‘작은신화’의 신동인씨는 배우들의 연기를 카메라 2대로 찍어 실시간 동영상으로 극중에 투사하는 멀티미디어 영상연극 ‘라 뮤지카’를 선보인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두 남녀의 심리상태를 물과 영상에 투사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이 밖에 박혜선씨는 허울에 싸인 거짓을 고발하는 블랙코미디 ‘프라우다’, 성재준씨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반전이 번뜩이는 뮤지컬 ‘살인사건’을 연출한다.
연출가 신동인씨는 “젊은 연출가들이 전문 스태프와 배우들의 도움을 얻어 제대로 된 무대를 연출할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관객들은 4명의 연출가에 따라 특정한 공간이 어떻게 마술적으로 변하는지 비교해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4명의 연출가들은 앞으로 동인그룹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별오름극장에서는 ‘시선집중’이란 주제 아래 올해 ‘연출가전’을 갖는 데 이어 매년 희곡작가협회나 배우협회와 공동으로 유망 신인들을 발굴하는 ‘작가전’ ‘배우전’ ‘스태프전’ 등의 프로젝트들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4편을 모두 볼 수 있는 종합티켓(3만원)도 판매한다. 목 금 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3시. 8000∼1만2000원. 02-744-03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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