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명화 속…’ 유명한 그림속 풍경 실제모습은 어떨까

  • 입력 2004년 3월 19일 17시 48분



◇명화 속 풍경을 찾아서/사사키 미쓰오 외 지음 정란희 옮김/180쪽 9800원 예담

“앗, 명화에 나온 풍경과 똑같잖아!”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탄성이 절로 나올 때가 많다. 남프랑스의 아를에 가면 시내 곳곳에 ‘고흐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안내문이 그림과 함께 붙어 있을 정도.

일본의 인상파 회화 연구가인 저자 부부가 파리 근교를 비롯한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명화에 나온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의 사진과 글은 똑같은 풍경을 담은 그림과 함께 일본의 한 신문에 장기 연재됐다. 책의 부제는 ‘밀레에서 로트레크까지 프랑스 인상파 기행’이지만, 노르웨이의 거장인 에드바르 뭉크 등이 프랑스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도 함께 실렸다.

마네 모네 세잔 등 유명 작가들의 회화작품이 실제 건물이나 풍경과 나란히 대비돼 색다른 비교의 재미를 준다. 모리조의 ‘창가의 소녀들’을 비롯한 일부 작품의 경우, 화가나 모델의 후손들에게 그림 속 모델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사진을 찍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된 연못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무 잎의 음영과 수면의 섬세한 질감이 그림에서 자세하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똑같음’만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다름’ 역시 경이의 대상이다. 고흐가 그린 ‘오베르의 교회’의 경우 실제 건물에서는 그림에 나타난 강렬한 인상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시슬레가 그린 루앙 강은 물의 흐름이 사진보다도 더 실감난다.

만약 한국에서 19세기 말 인상파가 꽃을 피웠다면 훗날 이 같은 기획이 가능했을까. 자고 일어날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시야를 압도하는 서울이라면, ‘그림 속 그 장소’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을 듯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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