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진화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함께 인류의 고전적 인식의 연속성을 깨뜨린 3대 업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저서인 ‘종의 기원’은 교과서에 박제된 시험문제용 답안일 뿐이다.
사계절출판사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의 고전 해설서를 출간하면서 첫 권으로 ‘종의 기원,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를 택했다. 중학교 생물학 교사가 집필한 이 책은 ‘종의 기원’을 번역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압축한 다이제스트도 아니다. 대양 항해 전 뱃놀이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바다의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체력을 길러주는 래프팅이라고 할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종의 기원’이 씌어지기까지 다윈의 개인사, 다윈이 탑승하고 남반구 세계일주에 나서게 된 비글호에 얽힌 사연, ‘종의 기원’ 탄생에 영향을 끼친 요소들을 설명한다. 진화론을 펼치기 위한 시간적 무대를 제공한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 그 공간적 무대가 된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 군도, 그리고 자연선택설의 영감을 불어넣어 준 맬서스의 ‘인구론’ 등에 대해서도 해설한다.
본문에 들어가서는 주요 문구를 인용하면서 ‘종의기원’ 14장의 내용을 설명한다. ‘변이’, ‘생존경쟁’, ‘자연선택’, ‘자웅선택’ 등의 핵심 개념을 당대의 맥락과 현재적 언어로 풀어간다. 특히 현대 유전학의 성과를 접목시켜 다윈의 이론을 보완해 준다. 다윈의 진화론이 창조론적 세계관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사회적 다윈주의가 어떻게 다윈을 오독했는지 등 다윈 이론의 사회적 영향과 반향도 잘 요약하고 있다.
두 번째 책인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서양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다룬다. ‘변명’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권력자의 입지와 아테네 시민의 일상을 뿌리째 흔든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뒤 스스로를 변호한 짧은 글이다.
안내자는 고교 철학 교사다. ‘종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프롤로그에서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그가 ‘살찐 말을 깨우는 등에’의 역할을 자임했기에 대중에 의해 살해될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먼저 설명한다.
본문은 역시 ‘변명’의 원문을 인용하면서 소크라테스 철학의 의미를 차근차근 소개한다.
특히 소크라테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를 그가 직접 말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너 자신을 알라’는 지혜의 신 아폴론을 섬긴 델포이신전에 새겨진 명구로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깨우침과 공명현상을 일으켰을 뿐이다. ‘악법도 법이다’는 악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란 극단적 방법으로 저항한다는 본뜻을 왜곡시킨 경우다. 고전으로 가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이 시리즈의 취지를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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