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서울 K대학병원에서 장이 꼬이는 ‘장중첩증’으로 두 차례 수술을 포함한 40일간의 입원 진료를 받은 박모군(3)의 진료비로 병원측이 10억2000만원을 청구해왔다고 19일 밝혔다. 이 같은 진료비는 국내 의료 사상 최고액수라고 평가원은 밝혔다.
평가원에 따르면 박군은 몸속에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환자. 박군은 피를 굳게 하는 1∼13번 응고인자 중 8, 9번 인자가 동시에 결핍돼 일반 혈액응고제 대신 노보 노디스크 제약사의 주사약 ‘노보세븐’을 투여해야 한다. 일반 응고제 가격이 1병에 80여만원인 반면 노보세븐은 170만∼640만원.
박군의 경우 입원기간 중 두 차례 장절제수술을 하면서 하루 최대 3000여만원어치의 노보세븐 주사를 맞았으며 이에 따라 40일간 총 10억2000만원의 진료비가 나왔다. 이는 2002년 고셰병(유전병의 일종) 환자에게 청구된 진료비 최고기록 3억8000만원을 갈아 치운 것이다.
박군의 본인부담금은 0원. 혈우병 환자 진료비는 80%는 건강보험에서, 20%는 환자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나 박군은 월소득 300만원 이하 가정으로 분류돼 있어 본인부담금 20%를 시군구 등 자치단체가 나누어 부담하기로 돼 있다.
한편 평가원측은 “의료진이 정해진 용법에 따라 투약하지 않았다”며 “과잉 처방분 2억6000만원을 삭감한다”고 병원측에 통보했다.
삭감 결정이 내려지자 박군의 주치의 최모 교수 및 병원측은 “융통성 없는 기준을 따랐더라면 박군의 출혈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코엠회도 국가인권위원회에 평가원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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