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꿈꾼다. 그들만의 세계를…
첫째시간 국어, 둘째시간 수학, 셋째시간 과학….
어른들이 정해준 시간표는 늘 반복되는 일상이며 따분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아이가 이 시간표대로 국어 수학 과학만을 공부하고 왔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공책에 낙서하다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을 수도 있고 지우개를 잃어버려 속상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에서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친구를 돌멩이로 만들어버렸거나 아이들로부터 꿈꾸는 힘을 빼앗으려는 무리를 물리쳤을 수도 있다.
이 책은 평범한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사건을 판타지로 그려내고 있다. 아침부터 한밤까지, 첫째시간부터 여섯째시간까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는 ‘시간표’ 속에 들어가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처럼 느끼게 된다.
주문이 잘 들어맞는 날이 있다. 료타는 점심을 먹고 낙엽청소를 할 때 자신의 새 잠바 등에 낙서를 한 군페이에게 ‘돌멩이나 되어 버려라’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다섯째시간이 되어도 군페이는 교실로 돌아오지 않고 군페이 책상 속에는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돌멩이가 들어있다. 군페이가 돌멩이로 변한 건 아니겠지? 료타가 그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고 군페이를 찾아 나섰다가 낙엽 더미에 빠뜨린다. 군페이는 낙엽 더미에서 발견된다.
히로시와 친구들은 방과 후 운동장에서 경찰놀이를 한다. 타바 선생님이 교실 창문에서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다. 경찰놀이 중 친구로부터 타바 선생님이 정년퇴임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데 옆에 짧은 바지를 입은 낯선 아이가 함께 뛰고 있다. 교실로 돌아온 히로시는 타바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본다. 그렇다면 아까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저자는 아이들의 소망과 두려움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리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이야기여서 재미있고 어른들은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저자는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계절, 서로 다른 시간에 생긴 이야기’라는 설명을 붙였다. 배경이 일본이지만 우리 학교와 다르지 않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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