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왕자님을 데려다 주세요!’…＂사랑 없으면 안돼＂

◇왕자님을 데려다 주세요!/하인츠 야니슈 글 비르깃 안토니 그림 오석균 옮김/34쪽 8500원 주니어김영사(만 4∼7세)

공주가 배필이 될 왕자를 자신이 직접 고르는 유쾌한 이야기.

“용과 싸워서 이기는 사람과 공주를 결혼시키겠노라”하고 말하는 임금님은 다른 동화책에서와 똑같다. 그러나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을 하는 왕자와 공주는 이제 없다.

성 앞에 모인 여섯 왕자는 “꼭 이런 일만 있으면 용 타령이라니까. 용과 공주가 나오는 얘기는 너무 뻔해” “나도 몇 년 째 용과 싸우고 있지만 아직도 결혼을 못했어”하고 불평한다.

용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왕자들과 막무가내로 싸우지 않고 신사적으로 다양한 시합을 제안한다. 왕자들은 용과 달리기 물구나무서기 간지럼태우기 버찌씨뱉기 숨바꼭질 축구공차기에서 차례로 진다.

일곱 번째 왕자는 동굴에서 용의 눈을 보고는 아예 싸움을 포기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진 용과 싸울 수가 없다나. 공주가 용 가면을 벗어버리고 “달리기나 축구를 못해도 상관없다”며 “왕자님만 좋다면 결혼하다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이제 우리 딸들은 왕자가 아무리 커다란 용과 싸워 이겼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노”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