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지차트콥스키 “체홉 비극속엔 코믹함 담겨있죠”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44분


“체홉은 죽을 때 ‘나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샴페인을 마셔달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장례식에서 마시는 샴페인처럼 체홉의 연극에는 비극 속에 코믹함이 담겨 있죠.”

4월 14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체홉의 ‘갈매기’를 연출하는 그리고리 지차트콥스키(45)의 말이다. 러시아 볼쇼이드라마극장 상임연출가인 그는 공연을 앞두고 윤주상 정동환 남명렬 오만석 정재은 등 한국 배우들과 함께 요즘 맹연습중이다.

‘연기’보다 ‘연구’를 중시하는 그의 연출방식은 한국 배우들에게는 생소하다. 그는 배우들에게 극중 상황과 인물의 성격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이 극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는 배우들의 대사나 연기를 중단시킨 채 계속 문답을 이어간다.

그는 “체홉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땐 슬프고 우울하게 느끼지만 읽고 또 읽어보면 ‘이건 정말 코미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사를 그대로 읽는 것보다는 희극과 비극이 함께 섞인 ‘상황에 대한 연구’가 체홉 연기의 기본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관객들이 내가 연출한 ‘갈매기’를 보고 웃어준다면 대성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 작업은 통역을 통해 이뤄진다. 그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있지만 배우는 ‘제3의 국적’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배우의 나라’에서 쓰는 공통 언어로 배우들과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러시아에도 많은 미디어가 경쟁하고 있지만 연극 공연장에는 여전히 남녀노소 관객들로 붐빈다”며 “러시아인들에게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이웃을 만나 대화하는 ‘삶의 공간’과 같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3시 7시반, 일 오후 3시. 02-580-13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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