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문화인들에게 꼭 봐야만 할 연극으로 손꼽혔던 ‘뇌우’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이윤택 연출). 4월1∼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클래식 연극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뇌우’는 중국 현대 희곡의 선구자인 차오위(曹禹)의 작품.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전부터 다음날 새벽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을 통해 격동기 중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심리적 사실주의 드라마다. 주씨(周氏) 집안과 노씨(魯氏) 집안 8명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아들과 계모의 불륜, 의붓 남매의 근친상간 등 여느 현대극 못지않은 충격적 소재를 담고 있다.
유치진씨(50년)와 이해랑씨(88년)가 연출할 때는 원작을 조금 줄여 공연했으나 이번에 세 번째로 연출을 맡은 이윤택씨(국립극장 예술감독)는 전막(4막) 그대로를 살려 장장 4시간 반 동안 공연할 예정이다.
지난주 국립극장 연습장에서는 ‘뇌우’ 시연회가 열렸다. 숨 막히는 치밀한 구성과 갈등을 거듭하며 종말로 치닫는 스토리 구조 때문에 공연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연출가 이씨는 “작품이 너무 아까워 한 부분도 잘라낼 수 없었다”며 “30분 정도 중간 휴식시간을 만들어 관객들이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6시, 주말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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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과 함께 1950년대 국립극장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선정된 ‘인생차압’도 4월13∼19일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강영걸 연출).
‘인생차압’은 오영진씨의 희곡을 극화한 작품. 해방 후의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사기와 횡령, 공문서 위조와 같은 온갖 나쁜 짓으로 재산을 모은 이중생(李重生)이 주인공이다. 그는 재산몰수를 피하기 위해 ‘위장 자살 쇼’를 꾸미지만 결국 일이 꼬여 자살에 이르고 만다는 이야기다.
부패문제에 대한 통렬한 사회풍자를 전통적 해학극 형식으로 풀어낸 이 연극은 오늘날에 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57년 ‘인생차압’ 초연 당시 33세의 나이로 이중생 역을 맡았던 장민호씨(80)가 47년 만에 다시 이중생 역에 도전하는 점도 화제를 모은다. 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4시 7시. 1만5000∼3만원. 02-2274-3507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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