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러브홀릭’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미소를 찾아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갖췄다. 하지만 웃음과 멜로를 연결하는 이음새가 엉성하고, 마지막 반전(反轉)도 매끄럽지 못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저예산 B급 영화의 발칙한 상상력과 표현 방식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 있다. 성(性)에 관한 갖가지 코드와 관음증, 화장실 유머들이 날개라도 단 듯 돌아다닌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오스틴 파워’ 등 그래도 주류영화들이 지켜야 했던 경계선마저 여지없이 무너진다.
엄숙한 관객은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만 만화 같은 상상력과 몸을 이용한 ‘만화 유머’는 영화를 ‘밉지 않게’ 만든다.
극중 등장하는 물건에는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삐삐의 ‘엉큼한’ 사용법은 서양에서도 고전적인 수법으로 묘사된다. 브래지어는 커피 여과기로, 풍선은 남성의 성장 능력을 증진시키는 특수 기구로 사용된다. 한때 영화제목이 시중의 유행어로 떠올랐던 토속 에로물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순정파인 샘을 제외한 ‘아메리칸…’에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 역시 기괴하다.
사랑에 관한 한 샘과 가치관이 반대인 친구 홀든. 홀든은 지나친 자위로 관절염에 걸린 인물. 그는 포르노 잡지에서 ‘2차원 세계의 여성’과 만나는 것이 훨씬 유익함을 강조한다. ‘펴면 커지고 마음고생도 필요 없다’는 논리다.
영화는 샘과 관음증이 있는 여성전용 아파트 관리자 윌레스의 ‘매트릭스’식 괴상망칙한 결투를 보여주며 기괴함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매끈하게 잘 빠진 장르 영화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한번 도전할 만한 작품이다.
‘Eight Day A Week’ ‘100 Girls’로 이어진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의 섹시 코미디 3부작 중 하나다. 4월2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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